
1990년대 한국 사회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최불암 시리즈’를 기억하는가. 국민배우 최불암이 지난 10월 29일 87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유머 시리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최불암은 뜻밖에도 1990년대 초 전국적인 유머 열풍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최불암 시리즈’는 근엄하고 인자한 국민 아버지의 이미지를 엉뚱한 상황에 등장시켜 웃음을 유발하는 짧은 이야기들이었다.
대표적인 이야기가 ‘굿모닝’ 유머다. 손자에게 영어 인사를 배운 최불암이 아침에 김혜자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하자, 김혜자는 이를 “국 뭐니?”로 알아듣고 “시래기국이유”라고 대답한다는 내용이다.
또 최불암이 유인촌과 63빌딩 옥상에서 탁구를 치다가 공을 잡으려 건물 아래로 떨어진 뒤 한참 만에 올라와 “1대 0”이라고 외친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과 SNS가 없던 시절이었지만 유머는 학교 교실과 직장, 술자리에서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PC통신을 통해 확산되기도 했으며, 인기에 힘입어 유머집까지 출간됐다.
특히 당시의 ‘최불암 시리즈’는 오늘날 SNS에서 유행하는 ‘밈(Meme)’의 원조 격으로 평가된다. 유명인의 이미지를 대중이 재해석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공유했다는 점에서다.
정작 최불암 본인은 자신의 이름이 유머의 소재가 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과거 KBS 프로그램 ‘1대 100’에 출연해 입시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잠시라도 웃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유머집 출판을 무상으로 허락했다고 밝혔다.
1998년 YTN 인터뷰에서도 사람들이 상상력으로 자신을 유머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것이 영광스럽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불암은 지난 11월 2일 발인식을 끝으로 영면에 들었다. 67년 연기 인생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드라마와 영화만이 아니다.
한 시대의 학생들이 서로에게 들려주며 웃었던 ‘최불암 시리즈’ 역시 국민배우가 남긴 특별한 문화적 기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