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곳한 60대 중반의 한국 여자 환자분이 클리닉에 무표정으로 처음 방문하셨다. 기본 인적 사항을 기재하신 뒤에 진단실에 앉으셔서 한쪽 팔부터 내미신다. 마치, 아무 설명 안할테니 맥부터 보고 증상을 알아 맞추어 보란듯이.
나도 한 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니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어디 한 번 볼까요? 진맥을 통해서 오장육부의 상태를 살펴볼께요, 두 손을 다 줘보세요” 맥진을 꼼꼼히 짚어보고, 혀를 보는 설진까지 하고나서 오장육부 중에 몇몇 장기들의 기능이 떨어진 것을 지적하고, 이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을 말씀드리니 점쟁이 같다며 적잖이 놀라신다. 눕게한 뒤 복진을 해보니 배가 차갑고 딱딱하기까지 하다. 이 상태는 위벽의 근육이 24시간 쥐가 나듯이 굳어 있는 상태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10년은 족히 넘었을 텐데. 환자분에게 직접 눌러보게 했더니 이제까지 이렇게 딱딱한 것을 모르고 지냈단다. 몸 주인이 자기의 상태를 몰라줬던 상태에서 고군분투해온 위가 불쌍해 진다.
그렇게 오랫동안 이러한 증상으로 주인에게 알려주고 있었는데 말이다. 소화가 더뎌 더부룩하고, 자주 체하고, 잘 붓고, 가스가 발생하고, 늘 피곤한 증상으로 위장이 불평을 하고 있었을텐데. “ 이렇게 위가 딱딱한 것은 위가 일하기 싫다고 삐쳐서 주인을 원망하고 있는 상태일 거에요”
그래서 나는 항상 삐쳐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오장육부를 대신해서, 몸 주인에게 그들의 원망상태를 대변해주고 있다.
특히 인체 중앙에 위치해서 음식을 외부에서 받아들여 에너지와 피를 만들어내는 제조공장인 위장의 상태는 상당히 중요하다.
분명히 위장 사용법이 있을텐데 고등교육 받으면서도 어느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위장을 대신해 위장 사용법을 널리 알려야겠다.
위장이 싫어하는 사용법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아무 때나 먹는 것이다.
위장은 하루에 세 번만 일하도록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 특히, 염산이 주성분인 위산은 84,000개 정도의 땀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에 양에 따라서 자율신경이 때를 감지하여 분비된다. 아침은 오전 7시부터 9시, 점심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저녁은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 위산이 분비되는데, 이때만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 외 다른 시간에는 물 종류 즉, 물, 두유종류, 차, 주스 등만 마셔야 한다. 아무 때나 먹게 되면 위는 혹사 당하게 된다.
둘째, 식사 중에 물이나 음료수를 많이 마시는 것이다.
위산이 묽어져서 소화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위는 식사후에 음식 부피만큼 늘어났다가 30분 안에 위산이 음식을 미음처럼 녹여서 원래 크기로 돌아와야 무리가 가지 않는다.
셋째, 찬 음식을 과식하는 것이다.
찬 물, 밀가루 음식, 날 생선, 생 야채, 우유, 녹차, 아이스크림 등은 위장을 차갑게 만드니 반드시 따뜻한 물이나 음식과 같이 먹어야 탈이 나지 않는다. 설렁탕 국물을 냉장고에 놔두면 지방이 하얗게 굳듯이, 식사후에 찬물이나 찬 디저트를 먹게 되면 지방이 굳어서 소화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각종 찌꺼기가 쌓이게 된다.
제일 중요한 넷째, 자는 동안 뱃속에 음식이 남아 있는 것이다.
위장에 들어온 음식이 소장까지 통과하며 영양분 흡수와 찌꺼기를 걸려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5시간 ~ 6시간이 걸린다. 완전히 소화되고 잠을 자면, 본격적인 뇌청소, 세포청소, 혈관청소, 지방제거, 재충전 등의 생명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나는데, 자는 동안 뱃속에 음식이 아직 남아 있다면, 디톡스를 미뤄두고 남은 음식을 소화해야 하는 위장은 잠도 못자고 일을 해야하니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단식하는 것이 좋은 습관이 된다.
환자분에게 더 자세한 위장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위장이 좋아하는 식단까지 짜드리고는, 4개월 동안 위장이 좋아하는 음식 습관을 병행해서 삐친 위장을 달래주자고 으쌰으쌰 동기유발 시켜드렸더니 결연한 미소를 지으며 가셨다.
우리 모두가 혹사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위장의 감정상태를 알아차리고, 앞으로 위장을 튼튼하게 만드는 몸의 주인이 됐으면 좋겠다.
<제이슨 오 밸런스 앤 하모니 베버리 힐스 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