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사람을 공격해 잇단 사망사고를 일으켜 금지견으로 지정된 ‘아메리칸 XL 불리(American XL bully)’를 키우는 견주들이 62마리의 XL 불리를 데리고 대규모 모임을 열었다. 견주들은 XL 불리를 금지견으로 지정한 정부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이번 모임을 가졌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모임은 지난 19일 열렸다. 참석자들이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한 영상에선 아이들도 포함된 견주 가족과 개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영상엔 개들이 주인들과 함께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찍혔는데, 일부는 흥분한듯한 개를 진정시키는 장면도 담겼다. 개들은 모두 목줄을 차고 있었지만, 입마개를 쓴 개는 없었다. 견주들은 사전에 공격적이거나 발정기라 예민한 개들은 데려오지 못하도록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이 키우는 XL 불리가 위험하지 않다고 알리려는 모임이었지만, 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누리꾼들은 이런 모임이 허용됐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이 영상은 저 개들을 없애야 한다는 증거다”, “저 중 몇 마리만 난동을 부려도 어떻게 될까?”등의 반응을 보였다.
@melissarosco
BBC에 따르면 XL 불리는 아메리칸 불리 4개 종 중 덩치가 가장 큰 종이다. 몸무게가 60㎏를 넘기도 하고, 어른 한 명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방송에 출연한 해당 견종의 공격을 받아 반려견 전문가인 강형욱 훈련사가 부상을 입는 사건도 있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선 XL 불리를 키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영국에서도 XL 불리와 관련된 개물림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2021년 이후 10명 이상의 사망사고를 일으켰다는 주장도 있으며, 지난해 3월엔 엄마 품에 있던 생후 17개월 아기가 XL 불리의 공격을 받고 숨지기도 했다. XL 불리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영국 정부는 XL 불리를 금지견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올해 12월31일부터 영국에서 XL 불리를 매매하거나, 선물 및 번식하는 것은 불법이다. XL 불리를 다른 종의 개로부터 번식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같은 날부터 기존의 XL 불리 주인들은 공공장소에서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 또한 내년 2월1일부터는 XL 불리의 소유 자체가 불법이 된다.
예외로 92.4파운드(약 15만원)의 비용을 내고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동물등록을 하고 중성화를 마쳐야 한다. 만약 XL 불리의 안락사를 선택하면 정부에서 200파운드(약 32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견종의 정의가 모호해서 서류상 자신의 개가 XL 불리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 빠져나갈 수 있고, 경찰의 단속도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