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20대 남성이 지하철 칼부림 사건의 범인을 제압한 뒤 일본의 유명 만화 속 명대사를 읊어 화제다.
6일(현지시간) 자유시보 등 외신에 따르면 헬스 트레이너인 쉬뤼시엔(27)씨는 지난달 21일 대만 타이중시의 지하철 객차 안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범인과 몸싸움을 벌여 제압했다.
쉬 씨는 흉기 3개를 휘두르는 범인을 저지하려다 얼굴을 다쳤지만, 물러서지 않고 다가가 흉기를 빼앗고 다른 승객들과 함께 범인을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왼쪽 얼굴을 9㎝ 이상 베이고 광대뼈가 부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에 타이중시 정부는 지난 4일 쉬 씨를 포함해 범인을 함께 제압한 17명에게 표창장과 보상을 전달했다.
이때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쉬 씨가 일본 판타지 만화 ‘장송의 프리렌’의 유명한 대사를 읊은 것이 큰 화제가 됐다.
쉬 씨는 인터뷰에서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는 만화 속 대사가 나에게 용기를 줬다”며 “그때로 돌아가도 내 생각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만화 ‘장송의 프리렌’에 나오는 용사 ‘힘멜’은 고결한 성품과 굴하지 않는 용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헌신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다.
만화 속 동료들은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 때마다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 테니까”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특유의 긴 생머리 덕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타이중 지하철 장발 형님’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쉬 씨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를 뜻하는 ‘쟈이난(宅男)’이라면서 “내 행동이 오타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대만에서는 일본 못지않게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게임 등에 열광하는 오타쿠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2014년 발생한 타이베이 지하철 칼부림 사건을 계기로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 당시 지하철 안에서 대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4명이 숨지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가해자가 게임을 즐겼다는 이유로 평소 즐기던 폭력적인 게임이 ‘묻지마 칼부림’의 원인으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