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절친을 살해한 일명 ‘커피 킬러’ 살인 사건의 범인이 복역 8년여 만에 가석방됐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큰 공분을 불렀던 사건이지만 범인은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사건의 범인 제시카 웡소(35)가 전날 수감 중이던 자카르타 동부 폰독 밤부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현지 법무 인권부는 “웡소가 수감 기간 다른 수감자들을 상대로 영어와 요가를 가르치는 등 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며 “총 58개월 30일의 감형을 받은 뒤 가석방 대상자가 됐다”고 밝혔다.
웡소는 교도소를 나오며 취재진들에게 “배고프다” “음료수와 신선한 초밥을 먹고 싶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웡소 측 변호인은 “웡소는 여전히 자신에게 죄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며 “재심 신청 등 사법적 대응을 계속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2016년 1월 6일 자카르타 시내 한 커피숍에서 발생했다.
웡소가 친구인 와얀 미르나 살리힌을 만나기로 했고 약속 장소에 도착해 음료를 주문한 상태였다. 뒤이어 도착한 살리힌은 웡소가 건네준 커피를 받아 들었고 한입 마시자마자 그 자리에 쓰러져 사망했다.
당시 검찰은 “살리힌의 위에서 청산가리가 섞인 커피가 검출됐다”며 웡소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평소 살리힌이 웡소에게 “돈 없이 마약만 하는 남자와는 만나지 말고 헤어지라”며 참견하고 결혼식에 웡소만 부르지 않자 적개심을 품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웡소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먼저 커피에 청산가리를 타는 모습을 본 목격자나 관련 증거가 없다는 이유다. 또 유가족 반대로 살리힌에 대한 전체 부검이 실시되지 않은 데다 검출된 청산가리 역시 치사량에 한참 못 미치는 극히 일부였다는 점을 무죄 근거로 내세웠다.
이 사건의 재판 과정은 생중계될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관상 연구가를 섭외해 “관상학적으로 볼 때 웡소가 질투심이 많은 얼굴”이라고 주장해 다소 부실한 증거를 제시해 비난받기도 했다. 웡소 역시 재판 중 웃음을 보여 대중의 분노를 샀다.
결국 재판부는 웡소의 혐의를 인정했고 징역 20년 형을 선고했다. 명확한 증거 없이 결론 난 이 사건은 ‘커피 킬러’ 살인으로 불리며 꾸준히 회자됐다.
작년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가 ‘아이스 콜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 주목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