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며 ‘핵 카드’도 사용할 수 있음을 암시하자, 그가 실제로 핵전쟁에 나설지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다면 핵단추를 누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그가 서방사회의 경제 제재 등으로 열세에 몰리자 핵 카드로 위협을 하는 데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오는 등 전문가들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고위 관리들과의 회담에서 핵 경계 강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경제 분야에서 러시아에 비우호적 행동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토 회원국들의 고위 관계자들은 러시아에 공격적 발언을 했다”며,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강도 높은 금융제재를 핵 경계 강화의 이유로 들었다.
푸틴의 핵 경계 강화 지시가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그가 핵단추를 누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핵 정책 전문가인 케이틀린 탈마지 조지타운대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차질을 계속 경험하고 외교적, 정치적 상황이 무너진다면 핵무기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정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핵 전문가인 매튜 크로닉은 푸틴 대통령의 대응은 “전형적인 러시아 전략”이라며, 실제 핵 행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핵 위협으로 재래식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러시아의 군사 전략이다”, “서방과 나토, 미국에 ‘관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푸틴이 엄포를 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전략 전문가인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명예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이 회담을 위해 만나기로 합의한 직후에 푸틴의 핵 경계 태세 강화 지시는 나온 것이라며, “협정과 동시에 핵 공격 위협을 가함으로써 이 난국을 나올 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BBC방송도 이날 푸틴이 핵단추를 누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푸틴은 지난 24일 새벽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실제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 개시를 명령하며 “누구든지 간섭할 경우 역사상 직면한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해당 발언에 대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노바야 가제타(러시아 독립언론) 편집장은 “핵전쟁의 직접적인 위협처럼 들렸다”며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대우받지 못하면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란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및 금융제재에 타격을 받아 실질적 어려움에 직면한다면 푸틴이 핵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한 군사 전문가의 전망도 나왔다.
러시아군 분석가인 파벨 펠겐하우어는 “서방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 금융 시스템이 실제로 붕괴되면 그에게는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며 “푸틴에게 남은 한 가지 선택지는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북해 상공에서 핵무기를 폭발 시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 주변에 그를 설득하거나 만류할만한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그가 핵단추를 누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러시아의 정치 엘리트는 결코 국민과 함께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통치자의 편을 든다”며, 푸틴이 러시아에 전능한 통치자로 군림하고 있어 막을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파벨 펠겐하우어도 “푸틴에 대항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BBC는 푸틴이 이번 전쟁에서 군사적 목표를 달성한다면 주권 국가로서의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불투명하게 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는 더 필사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핵전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