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침체를 경고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CNN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네드 데이비스는 자체 개발한 모델을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이 98%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처럼 침체 확률이 높았던 것은 2008년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CNN은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목했다.
우선 세계 경제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 달러 초강세는 글로벌 침체를 우려하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금리 인상에 힘입어 킹달러가 이어지고 있다. CNN은 “이는 해외 여행을 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좋은 혜택이지만 다른 나라들에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강세로 각국 통화 가치가 주저앉았고 각국 중앙은행은 자국 화폐 가치 방어에 나서고 있다. 강달러는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의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미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소비가 고물가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임금이 따라가지 못하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식량, 주택과 같은 필수품에 대해 높은 대출 금리와 높은 가격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달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페덱스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페덱스는 2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한다. 페덱스뿐 아니라 애플이 아이폰14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나왔고, 기업들이 속속 고용을 축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뉴욕 증시도 올 들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만 해도 20% 넘게 급등했던 S&P500 지수는 올해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으로 24% 폭락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전고점 대비 20% 하락한 약세장에 진입했다. 지난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4%를 돌파하며 시장의 불안을 보여줬다.
또 최근 영국의 사례는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정치적, 재정적, 경제적 재난이 충돌하는” 고통을 보여준다고 CNN은 조명했다.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며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고 물가 급등을 겪고 있다. 여기에 영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자 국제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졌고 결국 정책 유턴에 나섰다.
이처럼 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며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CNN은 “침체가 얼마나 심각할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도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에 대한 즉각적인 전망은 어둡다. 이는 경제와 사회의 회복력을 시험하고 가혹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