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저물었다’. 2022년 올 한해 국내외 부고 기사에 가장 많이 쓰인 문장이다. 송해, 아베 전 일본 총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이들에게는 6·25전쟁과 2차 세계대전부터 현 시대까지 살아온 산증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의 부고 기사를 정리하며 한 인물과 그 시대를 떠올려본다.
◇국민MC 송해, 그곳에서도 “천국~ 노래자랑!”
지난 6월, 국내 최장수 MC 송해가 95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황해도 출신인 송해는 6·25전쟁 당시 홀로 월남해 대구 육군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했다. 이후 방송과 연이 닿았고 1988년부터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이끌어왔다. 34년간 일요일이 되면 들려오는 그의 “전국~ 노래자랑!”은 전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대본 없이 모든 이들과 꾸밈없는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었다. 그는 늘 고향을 그리워하며 황해도에서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꾸미고 싶은 소망도 있었다.
4월에는 기네스 세계 기록 ‘최고령 TV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에 등재됐다. 대한민국 방송의 역사인 그를 기리기 위해 문화계에서는 다큐멘터리와 뮤지컬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아베 前 총리, 일본 역대 최장 기간 집권
아베 전 총리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유세 중 민간인으로부터 피살당했다. 8년 8개월 장기간 집권하며 역대 총리 중에서도 일본에 정치적, 외교적 측면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국장에는 무려 4000명 넘는 조문객이 참석했다.
아베는 과거 지한파로도 알려져 있지만 집권 이후 위안부나 강제 징용에 대한 역사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 2019년 한일 무역 분쟁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일본 자국 내에서는 장기불황이 지속된 경제에 ‘아베노믹스(아베 신조+Economics)’ 정책을 제시하며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세계 최장기 재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70년 넘게 왕위를 지킨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즉위한 여왕이다. 2차 세계대전때는 보급차량 운행을 맡으며 3주간의 참전 경력이 있다. 25세 나이로 즉위해 처칠부터 리즈 트러스까지 15명의 총리가 여왕을 거쳐갔다. 즉위 당시 입헌군주제였던 영국에서 직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요인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주로 긍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장남 찰스3세의 불륜으로 다이애나 스펜서 사건과 브렉시트 발언 등 논란도 있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 후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열린 국장은 세기의 장례식으로 불린다. 세계 주요국 왕실과 대통령 등 500명 넘는 귀빈이 참석했다.
◇’中 제3세대 최고지도자’ 장쩌민
96세 일기로 사망한 장쩌민은 1985년 상하이에서 시장을 맡으면서 고위직의 이목을 끌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에는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력진압하며 덩샤오핑의 신뢰를 얻었다. 공산당은 지식인과 자본가, 인민을 대변해야 한다는 ‘3개 대표론’을 주창한 인물이다. 또한, 본인의 정치적 고향인 상하이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중국공산당 3대 정치 계파 중 하나인 ‘상하이방’을 만들었다.
집권기간 고속 경제 성장으로 끌어올리며 ‘원바오(溫飽·먹고 입는 것 해결)’에서 ‘샤오캉(小康·일상 생활에 걱정이 없으며 다소 여유가 있음)’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1992년 한중수교 등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공헌한 인물로 윤석열 대통령은 장 전 주석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록에 “두 나라 간 다리를 놓은 분”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