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월 2일부터 중국과 홍콩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800달러 미만 소액 소포에도 최대 9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그동안 면세 혜택을 받아온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계 초저가 이커머스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9일 발표한 행정명령을 통해 ‘드 미니미스(de minimis)’ 규정, 즉 일정 금액 이하의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한 면세 조항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상품은 예외 없이 고관세 대상이 된다.
새 규정에 따르면 800달러 미만 상품에 대한 기존 관세율 30%는 90%로 인상되며, 상품 가격 외에도 품목당 25달러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오는 6월 1일부터는 이 추가 관세가 품목당 50달러로 오르게 된다. 수입 건당 수수료도 기존 25달러에서 75달러, 이후 150달러까지 인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무역 정책이 아니라 안보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중국에서 생산된 합성 오피오이드, 특히 펜타닐이 멕시코 카르텔을 통해 미국에 밀반입되고 있다”며 “중국발 소액 소포가 마약 유입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행정명령에는 “중국 기반의 다수 화주들이 기만적 배송 방식으로 화물 내용을 숨기고 있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트럼프 측은 이를 근거로 세관 검사 강화도 예고한 상태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저가 상품을 대량 유통시켜온 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계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몰이 중인 이들 플랫폼의 배송비 상승과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또 다른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은 물론, 러시아·북한 등을 제외한 대부분 교역국에도 최소 1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보호무역 기조가 대선을 앞두고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