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를 돌파하는 등 수개월째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버티다 못해 한계에 이르렀다고 토로한다.
특히 유학생과 학부모들은 일상에서 허리띠를 졸라 매는가 하면 해외 출국을 앞둔 시민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4.0원 오른 1425.5원에 개장해 장중 1440.1원까지 올랐다.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환율 상승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되는 등 조만간 1500원 수준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해외에 거주하는 유학생과 학부모들은 물가 상승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는 모양새다.
유학생 학부모 A씨는 “인플레이션에 환율까지 오르니 이중고”라며 “지난 두 달간 5000만원을 환전했는데도 한 학기 등록금이 안 돼서 우울하다”고 전했다. A씨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고 어디까지 가난해져야 졸업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토로했다.
자녀가 미국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학부모 B씨는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올라서 등록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학교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격의 기쁨은 잠시, 이후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학업이나 생업 등 목적으로 해외를 방문했던 이들도 환율 상승으로 예산을 크게 초과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뉴욕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최근 돌아온 20대 대학생 C씨는 “중간에 부모님께서 돈을 더 부쳐주셨다”며 “너무 죄송했고 하루에 한끼 먹은 날도 있을 정도로 아껴 썼는데 감당이 안되더라”고 말했다.
3주 간 뉴욕으로 출장을 온 30대 직장인 D씨도 “내가 가있을 때는 환율이 떨어지겠지 하는 생각에 환전을 최대한 적게 하고 카드로 결제했는데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올해 남은 3개월은 비상”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출입국 규제가 완화되자 즉시 해외여행을 예약했던 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내년 2월 하와이 신혼여행을 앞둔 예비 신부 E씨는 “취소 수수료를 내는 게 더 싸다”며 “잔금을 치러야 할지 취소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달러보다 유로가 더 싸다”며 “차라리 지금 같은 시기엔 유럽을 가는 쪽이 나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당분간 환율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1500원대까지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한편, 미국의 고강도 긴축 경계감과 영국 감세안에 따른 파운드화 약세, 중국 경기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400원을 넘어선 이후 원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