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이 주춤거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가장 필수적인 식료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 매주 장을 봐야 하는 소비자들은 마켓 가기가 고통스러울 정도.
지난 11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7.1% 상승하며 10월의 7.7%보다 완만하게 올랐다. 하지만 음식 값은 10월보다 12% 올랐고 레스토랑 외식 비용 역시 8.5% 상승했다. 달걀 값은 지난해 11월보다 49%나 치솟았고 버터와 마가린 가격은 34%, 우유 값은 15% 올랐다.
매달 월급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많은 가족들에게 여전히 높은 음식 값은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양계업을 덮친 조류독감과 혹독한 날씨,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음식 값은 내려갈 조짐이 없다. 밀가루 가격은 10월에 비해 25% 올랐고, 빵 가격 역시 16% 인상됐다. 닭은 12%, 과일과 채소 가격 역시 10% 상승했다. 커피는 15% 더 비싸졌다. 사람 뿐 아니라 애완동물들의 사료 값 역시 16% 인상됐다.
물가 인상 폭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전자기기, 개솔린 가격 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매주 장을 보는 소비자들의 비명 소리는 여전하다.
식료품 가격 인플레로 지속되자 생활고에 시달리는 많은 저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쇼핑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값싼 식료품을 찾아 99센트 스토어와 같은 달러 마켓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극빈층 이민자들이나 가는 곳으로 여겨졌던 소위 99센트 스토어와 같은 디스카운트 ‘달러 스토어’들에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수입은 줄고 물가는 치솟아 생활고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체면 차릴 여유도 없이 ‘99센트’와 같은 달러 스토어를 찾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웨스트 LA에 사는 한인 강수현씨는 “예전에는 99센트 스토어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 요즘은 한인 마켓에 가기 전에 먼저 99센트 스토어에 들르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99센트 스토어에서 생활용품뿐 아니라 식료품도 구입한다”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찾아 구매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임박한 식료품을 판매하는 컨티넨탈 세일즈(Continental Sales) 매장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해 가격이 저렴한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ReFED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많이 남지 않았거나 어느 정도 지난 식품들도 대부분 먹어도 별 문제가 없는 식품들이다.
이 단체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매년 버려지는 2억 2,900만 톤의 음식 가운데 35% 가량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닥친 식료품을 저렴한 가격에 쇼핑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통기한 표기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다면 식료품 구입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식료품에 표기된 “best by” 또는 “sell by” 유통기한이 지나면 상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음식이 가장 신선한 날짜를 표기한 것이기 때문에 이 날짜가 지나도 먹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최상의 상태가 지났을 뿐 이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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