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LA에 28년 이후 처음으로 이번 2022-2023 겨울 시즌에 이를 뛰어넘는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이번 겨울 12번째 폭풍우로 남가주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전역에 또 주민들이 우산을 들고 있다.
가뭄으로 수 년간 시달렸던 캘리포니아에 반가운 비이기도 하지만 벌써 12번째 폭풍우가 찾을 정도로 주민들은 이제 비에 지쳐가고 있다.
한인타운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한국의 장마도 이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라며 오랫동안 내리는 비를 원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대표는 “비오는 날에는 회를 먹으면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비내리는 날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다”고 말하고 “이번 겨울에는 완전히 장사를 망쳤다”고 밝혔다.
이대표는 “오는 손님들도 우동이나 장어덮밥 등 요리된 음식을 찾고 초밥이나 회는 찾지 않는다”고 말하고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버티고 나니 이제는 비 때문에 식당 앞에서 손님들을 기다리는 날 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타운내 요식업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일단 비가 내리면 외출을 꺼리는 주민들의 방문이 뜸할 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사무실 밖으로의 외출을 꺼린다. 또한 손님들이 찾는 음식도 따뜻한 국물 위주의 식단이 대부분이어서 그렇지 않은 요식업체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페인트업을 하는 한인 김씨는 이번 겨울 한국을 다녀왔다.
김씨는 “비오는 날이 많아 지면서 잡혀 놓은 일은 물론이고, 새로운 일도 없다. 이럴 바에는 오래간만에 한국이나 다녀 오자며 두 달이나 다녀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 같은 경우 한국에 가족이 있어 두 달이나 다녀올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비슷한 업종의 한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이나 비즈니스 공사업체나 핸디맨 등도 이번 겨울 시즌 일거리가 크게 줄어들어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주택 보수 등을 하는 한 한인은 “비가 와서 사람들이 큰 수리가 아니면 아예 찾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지붕에서 물이 센다고 한 가정집을 방문했지만 비가 계속 내려서 공사를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임시로 비만 막고 왔다고도 덧붙였다.
타운내 세차장은 이번 겨울 수입이 제로에 가깝다는 하소연이다.
타운내 한 세차장의 매니저 이씨는 “비가 자주 오니 잠깐 맑은 날에 세차하러 오는 손님들이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그런 분들은 영업쪽 일을 하시는 분들이어서 차를 세차하러 자주 오는 단골들인데 그 분들을 제외하고는 세차장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세차하고 내일 혹은 일주일 이내에 비가 오는데 누가 세차하러 오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매니저는 “출근하는 직원들은 업소 문을 열게 되면 정해져 있는데 세차하는 손님들의 수가 적다 보니 직원들 월급을 주면 오히려 마이너스다”라고 말하고 “날씨가 조금만 흐리거나 비가 예보된 전날 등은 아예 문을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과외 선생님들도 이번 겨울이 혹독하게 춥다.
테니스를 가르치는 한인 코치 배씨는 “테니스장과 오래 계약을 맺고 있는데 테니스장에 물이 빠지는 날이 거의 없어 쉬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매일 학생 학부모들과 날씨관련 업데이트 상황을 주고 받고 있다”며 “맑은 날 몰아서 수업하기도 힘들도 이래저래 이번 겨울은 스케줄 정리하기도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타운 인근에서 골프를 가르치는 한 코치는 “레인지 볼을 치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지붕이 있는 레인지가 한정적이고, 코치들이 나눠 쓰다 보니까 학생들 스케줄 정리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로 코스로 실습을 나가는 주말에도 비 내리는 날이 많았고, 며칠 맑은 날 주말에는 하루 종일 몰아서 학생들과 라운딩을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실내 비즈니스도 피해는 있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한인 심모씨는 “얼마 전 나무가 건물을 덮쳐 피아노 학원이 큰 피해를 봤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밤새 학원에 비가 새 피아노를 못 쓰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건물측과 보험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고는 있는데 피아노 손실 부문에 있어서는 학원 보험이 처리해 줘야 하는데 보험회사 측에 신고 했고, 보험회사 직원이 보고 갔다”고 말했다. 심씨에 의하면 그랜드 피아노 1대(3만달러 상당) 전자피아노 3대(3천달러 상당) 등의 피해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많은 주민들이 불편해 하면서도 바람은 똑같다.
매년 이어져 오던 가뭄이 완전히 해갈 되는 것.
한 주민은 “매년 가뭄이라며 물값이 들썩이고, 물 주기 제한조치가 시행되고, 주민들끼리 물 낭비를 신고하라는 시 당국의 이야기를 더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이번에 많은 비로 피해도 있었지만 올 여름 제발 가뭄이라는 말은 그만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 12번째 겨울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남가주에는 앞으로 최소 3주 간은 비 예보는 없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