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나 술집과 같이 서버들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에서나 주는 걸로 여겨졌던 팁이 이제 거의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팁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
패스트푸드 매장이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처럼 서버의 서비스가 없는 업종들에서도 팁을 요구하거나 계산서에 자동부과하는 소위 팁플레이션 현상에 한인들은 물론 미국인들도 달라진 팁문화에 적응하기 힘들다.
특히 최근엔 계산서에 16-18%의 서비스 요금을 자동으로 부과해 사실상 팁을 세금처럼 강제 부과하는 업소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불쾌한 경험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달 LA 한인타운 채프만 플라자의 한 스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던 한인 최모씨도 팁이 세금처럼 자동 부과된 계산서를 받고는 불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테이블 대신 바에 앉아 식사를 하도록 되어 있는 이 식당은 바로 몇 걸음 떨어진 곳으로 음식이 담긴 디시를 가져다 줄 뿐 전통적인 식당들에서 받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데도 계산서에는 음식값의 16%가 서비스 fee로 부과되어 음식값과 합산되어 있었다.
식당측이 자동적으로 팁 액수를 결정해 강제 부과하는 형식이어서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손님도 팁을 주지 않을 방법이 없없다.
최씨는 “계산서에 팁을 자동부과하는 식당들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지만 식당측이 팁 액수를 결정애 팁을 자동부과한 계산서를 받아보니 매우 불쾌했다”며 “손님이 서비스 만족도에 따라 주는 팁이 아니라 고정된 비율로 부과되는 세금을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팁을 자동부과하지 않더라도 태블릿에서 팁 비율을 고객이 선택하도록 하는 태블릿 방식 결제도 불쾌하기는 마찬가지. 태블릿을 내밀며 교묘하고 끈질기게 팁을 달라고 고객에게 요구하고 고객이 입력을 마쳐야만 결제가 완료되는 태블릿 시스템은 고객들에게 팁을 달라고 옆구리를 찌르며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미국의 팁 문화가 팬데믹 이후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팁을 받지 않던 업종들이 예전과 달리 너무나 당당하게 팁을 요구하고, 아예 계산서에 팁을 자동부과해 세금처럼 강제 징수하는 소위 ‘팁플레이션’ 현상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거나 반대하는 미국인들도 적지않다.
퓨리서치가 최근 공개한 미국의 달라진 팁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태도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의 거부감과 당혹감을 엿볼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2%가 과거 보다 더 많은 업종에서 팁을 요구 받고 있다고 응답해 팁플레이션 현상이 일회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미국 성인 10명 중 7명, 72%가 계산서에 팁을 자동부과하는 강제징수 방식에 반대했고, 이들 중 절반은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이 조사에 응한 미국 성인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7%의 미국인들은 팁은 자신이 받는 서비스의 질에 대한 제공여부와 액수를 결정해야 한다고 답해 자동부과 팁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태블릿 방식 등을 통해 팁 금액을 제안하는 업소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미국인이 40%로 지지한다는 24%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팁을 요구하는 업소나 업종은 늘었지만 서버가 없는 서비스 업종에 팁을 주는 미국인들은 여전히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앉아서 식사하는 레스토랑에서는 92%가 항상 또는 자주 팁을 남긴다고 응답한 반면, 서버가 없는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에서는 12%만 팁을 남긴다고 답했다.
또, 팁을 자동부과하는 업소들이 보통 18%를 자동 부과하는 것과 달리 57%의 미국인들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경우 15%의 이하의 팁을 준다고 응답했다.
고객들이 평균적으로 주고 싶어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팁을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20% 이상 팁을 준다는 미국인은 25%에 그쳤다.
퓨리서치의 이 조사는 지난 8월 7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성인 1만 19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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