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공모해 동거남성을 살해해 100년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던 한인 서승모(50세, 앤드류 서)씨가 26일 수감된 지 30년만에 조기 석방됐다.
26일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일리노이주정부는 이날 모범수 형기 단축 프로그램을 통해 모범수로 인정받은 한인 서승모씨를 조기 석방했다.
서씨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일리노이주 키와니와 교도소를 출소해 그의 조기 출소 청원 캠페인을 벌여왔던 한인들과 변호인을 만났다.
트리뷴지는 이날 서씨는 한인들이 준비해온 두부를 먹으며 한국식 출소 축하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리뷴지는 ‘1993년 누나와 공모한 악명 높은 살인 사건의 주인공이 석방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서씨의 사연을 상세히 보도했다.
서씨는 대학 2학년이던 지난 1993년 9월 25일 시카고 한 주택 차고에서 누나 캐서린 서의 동거남이었던 로버트 오두베인(31세)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체포, 기소돼 1995년 100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서씨는 80년형으로 형량이 줄었다.
서씨가 누나 캐서린의 동거남 오두베인을 살해한 것은 누나의 사주때문이었다.
당시 오두베인과 동거 중이던 누나 캐서린은 서승모씨에게 “오두베인이 엄마를 죽였으며, 엄마가 남긴 재산을 탕진한 것도 오두베인”이라고 말하며 서씨에게 오두베인 살해를 사주했다. 서승모씨의 엄마는 세탁소를 운영하다 강도에게 살해당했으나 이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서씨의 누나가 엄마 살해범이 오두베인이라며 서씨에게 오두베인 살해를 부추겼던 것.
하지만 당시 검찰은 서씨 남매가 오두베인을 살해한 것은 그의 생명 보험금 25만달러를 노린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서씨 남매가 공모한 이 살인사건은 시카고를 떠들썩하게 하며 공분을 샀다.
그러나 시카고 한인 사회에서는 서씨 남매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알려지면서 서씨 구명 운동이 확산됐다.
한국에서 태어난 서씨는 두 살 때인 1976년 군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 5살 위인 누나 캐서린과 함께 시카고로 이민 왔다.
하지만 서씨 가족의 이민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이민 온 지 9년만인 1985년 서씨의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했다. 2년 후인 1987년 세탁소를 하던 어머니가 강도에게 살해되는 비극이 이어졌다.
부모를 모두 잃은 서씨는 이후 누나 캐서린에 의지해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명문 사립고교에서 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모범적인 고교생활을 했고 대학에도 장학생으로 진학했지만 누나의 사주를 뿌리치지 못하고 오두베인을 직접 살해해 19세의 나이에 악명 높은 살인범으로 낙인 찍힌 채 30년간 수감 생활을 해야했다.
서씨는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하우스 오브 서'(House of Suh)에서 “오두베인을 살해한 것은 엄마의 원수를 갚기 위한 것이었으며 가족을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당시 오두베인 살해의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서씨는 이 영화에서 “이제는 엄마를 살해한 사람은 누나라고 생각한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기도 했다.
서씨는 “누나가 어머니 유산 80만달러를 노리고 엄마를 살해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씨 엄마 강도 살인 사건은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서씨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알려지자 시카고 한인사회와 시민단체 ‘일리노이 교도소 프로젝트'(IPP)와 함께 지난 20년간 서씨 사면청원 캠페인을 벌여왔다.
하지만 2002년과 2017, 2020년 주지사 특별사면 청원이 거부됐고, 2011년 법원에 제기한 재심 요청도 기각됐다.
트리뷴에 따르면, 특별 사면이 거부된 서씨가 이날 조기 석방된 것은 지난 1월 발효된 일리노이 새 주법에 따른 것이다.
이 주법에 따라, 서씨는 그간 모범수로 쌓은 신용, 교도소 내 노동시간, 재활 프로그램 이수 등 성과를 4천일 복역 일수로 인정받았고 남은 형량을 감형 받아 조기 석방이 가능하게 됐다.
한편 서씨에게 살인을 사주한 누나 캐서린(54)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현재 30년째 복역 중이다.
<김치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