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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들 미국 몰려온다… 문턱 크게 낮아져

미국 1년새 외국 의대 졸업생에 문호 넓혀 美근무여건 좋고 MZ전공의 언어장벽 낮아

2024년 0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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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미국, 일본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기 시작한 지 100일을 맞았지만 복귀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들과 의대생들 사이에서 최근 1년 새 외국 의대 졸업생들에게 문호를 넓히고 있는 미국 진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A 교수는 “최근 사직 전공의 두 명을 만나 근황과 계획을 들었다”면서 “이 중 한 명은 미국 의사 면허 시험(USMLE) 1차 시험을 본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은 의사를 늘리기 위해 외국 의대 출신 의사 유치에 공을 들이면서 미국 진출이 더 용이해졌다. 15개 주 정부 차원에서 외국 의대 졸업생이 USMLE를 보지 않고도 의사 면허를 딸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거나 입법을 추진 중이다.

테네시주는 지난해 4월 외국 의대 졸업생이 이 주의 병원에서 2년 근무하면 의사 면허증을 발급해주는 법을 미국에서 처음으로 제정했다. 시행은 오는 7월1일부터다. 일리노이주도 지난해 9월 테네시주와 비슷한 법을 만들었다.

버지니아주와 플로리다주도 외국 의대 졸업생이 미국의 전공의 코스를 밟지 않아도 의사 면허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매사추세츠의 경우 본국에서의 1년 진료 경험이 필요하지만, 이 주의 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을 필요는 없다.

미국은 국내에 비해 환자를 적게 진료하면서도 연봉 수준은 높아 의사의 근무 여건이 훨씬 좋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는 전공의 근로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이 있지만, 전공의 절반 가량이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일주일 중 하루를 쉰다고 가정하면 매일 13시간 이상 근무하는 셈이다.

지난 2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MZ세대 전공의들은 과거 세대에 비해 영어, 일어 등 외국어에 능숙해 언어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과거 전공의들이 알음알음 해외로 진출하던 것과 양상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B 교수는 “MZ세대 전공의들은 미국 의료 시장이 호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사실을 카카오톡 등을 통해 빠르게 공유하고 있다”면서 “주변에 아는 내과 전공의도 미국 진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의대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료 정책에 실망한 의대생들이 꽤 많이 준비하고 있다”면서 “우수한 국내 의료 인력들이 반도체 업계와 유사하게 미국이나 일본 등으로 유출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의료계가 부실해져 결국 가까운 미래 국민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 의대생단체 투비닥터 조사 결과를 보면 의대증원 발표 이전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의대생은 1.9%에 그쳤지만 발표 후 41.3%로 증가했다.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국가로는 미국(67.1%)이 가장 많았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한국 의료 환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79%) ▲처우 개선에 대한 기대(13.1%) ▲적절한 보상(4.1%) 등이 꼽혔다.

정 전 대표는 “최소한 정부에서 실질적인 낮은 수가, 높은 의료소송 위험 개선과 의대 증원에 따른 권역별 대형병원 설립 등 보다 현실적인 필수의료 대책을 제시하고 의대 정원 확대 등을 거론했다면 진정성 있게 다가왔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부는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근거 없는 2000명 증원만 제시해 파국으로 치닿게 됐고 결국 국민들께 피해만 끼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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