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은 집에서 이야기 하자꾸나 아들아!!”
지난 3일 한미야구리그 14주차 경기.
레이더스와 파이어리츠간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결과는 파이어리츠의 22-10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경기 예상도 경기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동부조 1위를 달리는 파이어리츠와 꼴찌를 기록하며 탈꼴찌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레이더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재밌는 상황이 발생했다.
레이더스의 타석에 들어선 이충성 선수. 방망이를 고쳐잡으며, ‘팀은 꼴찌를 하고 있지만 마음은 메이저리거다’를 되뇌이며 타석을 고르고 들어섰다.
파이어리츠 마운드에는 이정호. 이정호는 포수와 사인을 주고 받으며 ‘1위팀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며 연신 고개를 저어대며 선택구종을 정하고 있었다.
포수와의 사인을 마친 이정호 선수의 빠른 공은 이충성 선수의 몸쪽으로 파고 들었고, 화들짝 놀란 이충성 선수는 뒤로 넘어지며 “야 임마~!!!”를 외쳤다. 그렇다.. 이정호 선수는 이충성 선수의 아들이었다.
아들의 공에 몸에 맞을 뻔 한 이충성 선수는 맞지 않아 다행이라며 허허실실 웃어 넘겼지만 속으로는 ‘맞았으면 겁나 아플뻔 했네’라며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맞았어도 아들이라 다행일 수 있다 라는 덕아웃에서의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경기를 지켜보던 양팀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한 선수는 “집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라고 말하고, 다른 한 선수는 “아빠가 맞았으면 정호 집에 가서 엄마한테 혼나거나 혹은… 반대거나…”라고 말해 또 한 번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한미야구리그는 한인 사회 최초로 LA와 오렌지카운티를 통합해 2024년 새롭게 출범해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있다.
이정호, 이충성 부자 뿐 아니라 한류문화에 푹 빠진 선수들의 모임, 양띠 4명이 모여서 경기하는 팀, 한 때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름을 날렸던 선수. 여기에 경기장을 대여해주고 있는 고등학교 교감까지 선수로 등장하는 등 매 경기 각 팀마다 각자의 재밌는 사연을 안고 있다.
이날 부자간의 몸에 맞는 볼 해프닝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재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몸에 맞는 볼 미수(?)사건으로 그쳤기 때문이다.
사회인 야구지만 부상을 피하기 위해 선수들 간의 노력과 각 팀간의 매너가 올 시즌 돋보이고 있다.
<이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