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이 지난 17일 현대미술 책임자인 주은지 수석 큐레이터를 해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술전문지 ‘아트포럼’에 따르면, 미술관 측은 주 큐레이터가 “직장 내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해고 사유로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SF MoMA 대변인은 “직장 내 행동 규정에 따라 주은지 씨와의 계약이 종료됐다”고 언급했으며,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와 관련된 사안이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주 큐레이터는 이번 해고와 관련해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주 큐레이터는 지난 2017년 SF MoMA에 합류해 현대미술 부문 초대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국제 및 현대미술계에서 미술관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녀는 올해 초 ‘카라 워커'(Kara Walker)의 애니메트로닉 조각 전시를 기획해 호평을 받았다.
SF MoMA 합류 이전, 주 큐레이터는 브라질 이나호팀 예술문화 프로그램 디렉터로 재직했으며, 뉴욕 뉴뮤지엄(New Museum)에서는 교육 및 공공 프로그램 디렉터로 활약했다.
또한, 2015년 샤르자 비엔날레와 2012년 뉴뮤지엄 트리엔날레를 기획했으며,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커미셔닝하기도 했다.
그녀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LA의 REDCAT에서 디렉터 겸 큐레이터로도 활동했다. 2006년에는 ‘월터 홉스 큐레이터상’을 수상하며 그 업적을 인정받았다.
주 큐레이터의 해고는 최근 몇 년간 SF MoMA 내부에서 발생한 여러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고 아트포럼은 지적했다.
2020년에는 수석 큐레이터 게리 가렐스(Gary Garrels)가 “백인 작가들의 작품 수집을 계속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 끝에 사임했다. 이어 2021년에는 장기 재임 중이던 닐 베네즈라(Neal Benezra) 전 관장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의 인력 감축 및 조지 플로이드 사건 대응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SF MoMA는 전 볼티모어 미술관 관장이었던 크리스토퍼 베드퍼드(Christopher Bedford)가 2022년부터 이끌고 있다. 베드퍼드는 과감한 리더십으로 명성을 쌓아왔으나, 취임 이후 20개 이상의 일자리를 없애고 입장료를 30달러로 인상하는 등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논란이 되는 조치를 단행했다.
SF MoMA의 이번 해고 조치는 이미 경제적 어려움과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이 미술관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주은지 큐레이터가 이번 사안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게 될 지 또 SF MoMA가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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