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와 군용 헬기의 충돌 사고로 한국계 피겨 유망주 2명이 희생된 가운데, 한국에서 입양된 것으로 알려진 선수의 소셜미디어에 남은 태극기 사진이 먹먹함을 더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 자회사인 PSA항공의 5342편 여객기는 지난 29일(현지시각) 오후 8시55분께 워싱턴 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33번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군용헬기 블랙호크와 충돌해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승무원 4명을 포함해 여객기에 탑승했던 64명 전원이 사망했다. 희생자 중 14명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다. 이 중 2명은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 소속의 한국계 청소년 피겨 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13)과 스펜서 레인(16)이다.
이들은 2025 전미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이후 진행된 캠프를 소화하고 돌아가던 중 변을 당했다.
스펜서 레인은 어린 시절 한국에서 입양돼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인 13세에 스케이트를 시작했으나, 지난해 미국 동부 지역의 전국 선수권 예선 대회 인터미디엇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의 실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의 더그 제그히베 최고경영자는 “스펜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다. 엄청난 재능을 가졌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났다”며 “스케이팅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스펜서는 이 스포츠의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굉장히 재밌고 영리한 선수였다”고 말했다.
레인은 사고 당일에도 인스타그램에 피겨 관련 게시물을 올렸을 정도로 피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참여한 피겨스케이팅 국가개발캠프(NDC)를 언급하며 “이 캠프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항상 목표로 삼아왔던 꿈이었다”고 말했다.
NDC는 매년 약 150명의 유망한 청소년 선수를 모아 저명한 피겨 코치 등으로부터 빙판 안팎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레인은 또 동료와 코치, 캠프 관계자 등을 향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잊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더욱 눈길을 끈 건 계정 소개란에 나란히 걸려 있는 태극기와 성조기다. 그는 지난 2023년 8월 태극기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