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와 UCLA 출신으로 알려졌던 한인 심리학자 김민지 씨가 최근 불거진 허위 학력 논란 끝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자신의 책과 강연, 자문 활동을 통해 심리학계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지만, 최근 학력과 추천사 모두가 허위로 드러나며 큰 충격을 안긴 인물이다.
김 씨의 남편은 11일 오전,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 씨의 부고 소식을 전했다. 향년 43세. 빈소는 서울 순천향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민지 씨는 올해 초 출간한 책 『현명한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길벗)를 통해 국내 부모 교육과 아동 심리 분야에서 빠르게 주목을 받았다. 이 저서에서 김 씨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및 뇌과학 학사, UCLA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취득, 미국 공인 임상심리사 자격 보유” 등 화려한 이력을 내세웠고, 서울시교육청, 대검찰청, 순천향대학교 등 주요 기관에서도 강연과 자문 활동을 펼쳐왔다.
서울 도곡동에서는 직접 임상심리연구소를 운영하며 아동·성인 상담과 후학 양성을 병행해왔던 김 씨는, 심리학계에서 신뢰 받는 전문가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한 네티즌이 “해당 저자의 논문이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김 씨의 학력 및 경력에 대한 허위 논란이 점차 확산됐다. 해당 네티즌은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 예일대 데이비드 카루소, UC데이비스의 딘 키스 시몬튼 교수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김 씨가 책에 인용한 추천사 역시 모두 ‘사실이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빠르게 커졌고, 김 씨는 SNS를 폐쇄하고 온라인상 자신의 기록을 대부분 삭제한 채 모습을 감췄다. 이후 10일, 그는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저서를 출간한 길벗출판사도 10일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며 모든 학력과 이력이 허위였음을 인정했다. 출판사는 “저자의 SNS 및 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검증된 인물이라 판단해 이력의 진위를 깊이 검토하지 못했다”며 “저자에게 전달 받은 추천사 역시 허위로 드러났고, 이로 인해 혼란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민지 씨의 죽음은 단순한 허위 이력 논란을 넘어, 전문가로서의 자격과 공공 신뢰, 그리고 그 무게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한 개인의 삶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느끼는 안타까움”을 전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