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창업 스타트업 CEO가 같은 한인 여성 임원에게 “너무 한국적이다”, “여자라서 일을 못 한다”는 발언을 일삼으며 차별과 보복을 가했다는 소송이 뉴욕 연방법원에 접수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한인 스타트업 대표가 같은 한인 여성 임원에게 인종과 성별, 가족 상황을 비하하는 차별 발언을 일삼고, 문제를 제기하자 인사 보복과 해고를 했다는 것이다.
이 소송은 원고와 피고 모두 한인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한인 사회 내부의 권력과 차별 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례로 주목된다.
소송은 지난 2025년 5월 6일 뉴욕 남부 연방법원(SDNY)에 접수됐으며, 원고 진 고(Jiin Ko) 씨는 피고 헨리 김(Henry Kim)과 그가 공동 창업한 스위프트리 시스템즈(Swiftly Systems, LLC)를 상대로 제기했다.
또, 고씨는 이례적으로 법률대리인인 로펌 리틀러 멘델슨과 소속 변호사 멜리사 피터스 등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다. 법률대리인측이 헨리 김CEO의 차별적이고 부당한 조치에 적극 가담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고씨와 법률대리인측은 일부 합의한 상태로 소송은 핵심 피고인인 헨리 김 CEO에 대해서 계속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이 주목되는 점은 피고와 원고가 모두 한인으로 한인 기업대표가 한인에 대해 차별적 의식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이민 2세의 왜곡된 자의식, 같은 한인을 찌르다”
피고 헨리 김 CEO는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기술 스타트업 CEO로서 차세대 한인 리더로 언론에 소개된 바 있는 인물이다. 원고 진 고 씨 역시 하버드대 출신으로 글로벌 대기업에서 HR과 IT 임원직을 맡았던 유능한 한인 여성 전문가다.
이 사건은 이민자 2세대 내부에서 발생한 차별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준다. 한 커뮤니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외부로부터의 차별보다 더 뼈아픈, 내부에서 비롯된 혐오와 자기부정의 문제”라며 “성공한 한인 2세가 오히려 같은 민족에게 고통을 안긴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진 고 씨는 현재 정신적 고통, 경력 손실,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며 연방법원에서 본격적인 소송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한인 2세 여성 고씨는 2023년 소매 기술 스타트업 스위프트리 시스템즈(Swiftly Systems, LLC)에 최고인사책임자(CPO)로 입사했으며, 이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IT 부서까지 총괄하는 핵심 임원 역할을 맡았다.
소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헨리 김 CEO가 고 씨에게 한 발언이다.
고씨의 소장에 따르면 김 CEO는 고씨에게 “너무 한국적이다”, “여자라서 일을 잘 못 한다”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인종차별과 성차별, 정체성에 대한 폄하로 해석된다. (Kim told Ms. Ko she was ‘too Korean,’ criticized her personality and leadership style, and told her she was not effective at her job because she was a woman.)
또 헨리 김 CEO는 “한국인들은 사납고 무자비한 근성이 있다. 그래서 회사를 한국으로 옮기고 싶다”, “임신한 여성 직원은 채용하지 않겠다”, “어린 자녀가 있는 임원은 필요 없다”는 등의 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고씨는 지적했다.
고 씨는 이 발언들이 한국인 전체를 일반화하여 부정적으로 묘사한 인종적 편견 발언으로, 한국인을 단순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여성과 부모를 조직에서 배제하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복합된 구조적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고 씨는 또 헨리 김이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항공 멤버십 구매, 고급 호텔 숙박비 등 개인 지출을 회사 경비로 처리한 정황을 제시했다. 회계팀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김은 “딜로이트 같은 XX들이 투자받는 걸 막는다”며 거친 언행을 했다고 소장은 전했다.
이후 고 씨는 회사 측으로부터 유급휴직 처분을 받았고, 2023년 11월 22일 연방 고용평등위원회(EEOC)에 차별 사실을 공식 신고했다.
뉴욕 남부 연방법원은 지난 3월 20일, 고 씨에 대한 해고는 부당한 보복일 가능성이 있다며 복직을 명령했다. 피고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제2연방항소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법원의 복직 명령이 유지됐다.
이후 고 씨는 피고 중 한 곳인 로펌 리틀러 멘델슨과는 지난 5월 중순 소송을 일부 합의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핵심 피고인 헨리 김 CEO와 스위프트리 시스템즈를 상대로 한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한인 스타트업 기업 내부에서 한인 CEO가 같은 한인 여성 임원에게 한국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차별적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내부 고발을 이유로 해고까지 단행했다는 점에서 드문 사례로 꼽힌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자 내부의 차별과 배제 문제를 드러내며, 한인 사회 내부의 권력 구조와 기업 문화 등에 대한 감춰진 속살을 드러낸 소송으로 평가된다.
한편, 헨리 김이 공동 창업한 스위프트리 시스템즈(Swiftly Systems, Inc.)는 2018년 설립된 시애틀 본사의 소매 기술 스타트업으로,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을 위한 디지털 분석 및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주요 사업은 대형 유통업체 매장에서 쇼핑객의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가격 전략, 매대 진열, 광고 타겟팅 등을 최적화하는 기술 서비스로, 최근 급성장 중인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Retail Media Platform)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스위프트리는 미국 전역의 슈퍼마켓 체인과 유통 대기업들과 협력하며, 현재까지 1억 달러 이상을 벤처 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