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한인타운의 시내버스 정류장이 산뜻하게 변신하고 있다. 한인타운의 시내버스 정류장이 최신식 쉼터로 속속 교체되며,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늘막, 의자, 디지털 안내판 등이 갖춰진 새로운 정류장은 폭염 속 불편했던 대중교통 이용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 변화는 3년 전 한인 시니어센터에서 시작된 작은 문제 제기가 출발점이었다. 한여름 땡볕 속에서 장시간 버스를 기다려야 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주민들의 목소리가 LA시를 움직였던 것.
변화의 출발은 2022년 여름이었다. 당시 한인 시니어센터 회원 90% 이상이 버스를 이용했지만, 100도(화씨)가 넘는 폭염 속에 1시간 이상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지쳐 강당에 늦게 도착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자원봉사로 나왔던 한인 고교생 3명은 사정을 들은 뒤, 올림픽, 피코, 베니스길을 운행하는 버스 노선의 배차 간격과 실제 도착 시간을 직접 현장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일부 노선은 안내표와 실제 배차 시간이 15~20분 이상 차이가 나고, 특정 시간대에는 4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시니어센터 사무국은 즉시 LA 메트로(Metro)와 관계 기관 담당자를 초청해 ‘한인타운 교통문제 개선 공청회’를 2022년 8월 9일 개최했다.
공청회에는 카를 토레스 LA 메트로 서비스기획 매니저, 조셉 포르자리니 서비스개발 선임이사, 엘리자베스 안달론 커뮤니티 관계 담당관이 참석해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폭염과 추위 속 대기 환경, 배차 지연 문제, 정류장 안전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시니어층과 장애인 이용자들은 장시간 서서 기다리는 것이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고 호소했다. 즉시 LA 메트로 관계자를 초청해 2022년 8월 9일 ‘한인타운 교통문제 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는 카를 토레스 서비스기획 매니저, 조셉 포르자리니 서비스개발 선임이사, 엘리자베스 안달론 커뮤니티 담당관 등이 참석했다.
이후 한인 언론과 LA타임스 등 주류 언론이 집중 보도했고, 결국 LA시의회가 움직였다. 시의회는 2022년 9월 20일 시내 버스정류장 8,000곳 중 3,000곳에 쉼터를, 450곳에 그늘막을 설치하는 예산 2억 3,700만 달러를 승인했다.
이후 3년간 설치 작업이 이어졌고, 최근 한인타운 올림픽가, 웨스턴가, 노먼디가 등 주요 버스정류장에는 그늘막과 의자가 갖춰진 현대식 쉼터가 들어섰다. 디지털 안내판에는 실시간 버스 도착 정보, 날씨, 비상 경보 등이 표기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버튼도 설치됐다.

특히 여름철 땡볕 속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넓은 캐노피와 통풍이 잘 되는 의자는 노약자와 장거리 통근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 주민은 “예전에는 여름에 버스를 타려면 양산 없이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변화는 행정기관이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주민과 봉사학생, 커뮤니티 기관이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니어센터 관계자는 “작은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데이터를 모아 설득한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며 “앞으로도 주민 참여가 지역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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