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링힐스의 고급 주택에서 지난 23일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한인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사건의 당사자는 한인 사회에서 잘 알려진 보석 도매업체 RBJ Inc. 대표 천세철(Seh Chul Chun, 70대) 씨로 확인됐다.
경찰은 천씨가 부인 천명숙씨와 딸을 총격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사건을 가정 불화가 불러온 비극적 사건으로 수사 중이다.
2023년 이혼소송, 2024년 상해소송… 악화일로였던 부부 관계
법원 기록에 따르면, 천씨의 부인 천명숙(Myung Sook Chun) 씨는 2023년 8월 15일 LA 카운티 법원 Stanley Mosk Courthouse에 이혼 및 별거 소송(Divorce/Separation – Legal Separation)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현재까지도 계류 중이다.
이어 지난 2024년 9월 12일, 부인 천명숙 씨는 다시 남편 천세철씨를 상대로 개인 상해 소송(Personal Injury and Torts)**을 같은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송 역시 현재 ‘진행 중(Open)’ 상태다.
연속된 법적 분쟁은 부부 갈등이 단순한 불화 수준을 넘어 신체적 충돌과 상해 문제까지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혼 소송과 상해 소송이 이어진 것은 이번 비극이 단순한 순간적 충동 범행이 아니라, 오랜 갈등과 법적 다툼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천씨가 이끌어온 RBJ Inc.는 1995년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뒤, LA 다운타운 주얼리 디스트릭트(650 S Hill St.)에 본사를 두고 운영돼 왔다. 회사는 10K·14K 금 주얼리를 전문으로 하며, 북미와 멕시코 주요 도매상·리테일러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정밀한 가공, 신속한 납품, 엄격한 품질 관리를 내세운 RBJ는 업계에서 신뢰를 쌓아왔고, 모든 제품에는 등록 상표 ‘RB’ 엠블럼이 새겨져 정품임을 보증했다. 온라인 주문과 신제품 주기적 업데이트를 통해 변화하는 리테일 환경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한인 주얼리 업계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혔다.
특히 천씨의 부인 천명숙 씨 역시 회사의 이사(Board Director)로 등재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2023년 이후 부부 간 법적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회사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가정의 비극에 그치지 않고, 30년 넘게 코리아타운 주얼리 업계를 대표해온 성공한 한인 사업가의 비극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RBJ는 한인타운뿐 아니라 미국 전역 도매시장에 뿌리를 내린 회사였다”며 “천씨가 개인적 갈등으로 이런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한인 기업가들의 삶 뒤에 숨겨진 이민 사회 특유의 압박과 갈등을 다시금 드러낸 사례 중 하나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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