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접근성을 이유로 한 장애인 차별 소송이 미국 전역에서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인 식당들이 집중적인 타겟이 되고 있어 한인 식당 자영업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체인식당인 가부키, 한류 코리언 BBQ, 요시하루 등 최소 10여 곳의 한인 운영 식당들이 연방 장애인법(ADA) 위반 혐의로 피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소송은 대부분 공통된 구조를 띠고 있다.
시각장애인 혹은 청각장애인 원고가 식당의 웹사이트가 스크린 리더나 키보드 내비게이션 등 보조기술을 통해 정상적으로 접근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평등서비스 제공을 규정한 ADA를 위반한 것이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이다.
특히 최근 들어 수십 건의 유사소송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원고나 로펌이 관여한 경우가 많아, ‘소송 비즈니스’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는 ADA가 시행된 1990년 이후 웹사이트에 대한 접근성 기준이 사실상 명확하게 규정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웹사이트 접근성의 실질적인 기준이 되는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WCAG)’은 법적으로 강제력이 없으며, ADA 자체도 어떤 기술적 요건을 충족해야 합법적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 사용자들도 불편을 겪는 동시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법을 준수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웹사이트 빌더 업체 BentoBox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웹 접근성 소송은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최근 3~4년 사이에는 음식·음료·식당업계가 주요 표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Accessibility.com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웹 접근성 소송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업종은 ‘소비재·의류’ 분야지만, 그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업종이 바로 ‘식음료 및 외식업’이며, 식당을 대상으로 한 소송 비율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BentoBox는 식당들이 웹 접근성 소송에서 유독 많이 지목되는 배경으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식당 웹사이트는 온라인 메뉴 확인, 예약, 주문 등 실제 오프라인 서비스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실질적 공공 서비스’로 간주되기 쉽다는 점이다. 둘째, 식당 업계는 전통적으로 자영업 비중이 높고 기술 투자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법적 대비가 취약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셋째, 접근성 문제가 드러날 경우 즉각적인 소송보다 빠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일부 악의적인 로펌들이 전략적으로 식당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미국 내 모든 사업체 중 95% 이상이 최신 접근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가 식당 업소들”이라는 것이 벤토박스측의 의 지적이다.
특히 웹사이트 접근성이란 주제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외식업계가 상대적으로 소송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한인 식당들이 무방비상태로 소송에 피소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웹 접근성 소송에 피소된 한인식당들이 이에 대응할 경우, 소송 진행과 기술 개선, 변호사 비용 등을 포함해 최소 2만 5천 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하루 매출 수천 달러 규모의 한인 식당 입장에서는 상당한 재정적 타격이다.
실제로 일부 한인 업소들은 “경고 없이 갑작스레 소장을 받았고, 기술 개선은 고사하고 법적 용어 해석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업계 차원의 예방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로서는 웹사이트에는 텍스트 대체(alt text), 명확한 내비게이션 구조, 키보드 접근성, 스크린 리더 호환성, 폼(Label) 접근성 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웹 개발 단계부터 접근성 기준을 반영하고, 연 1회 이상 외부 감사 또는 자동화 진단 도구를 통해 점검하는 것이 최소한의 법적 방어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이번 Kabuki 사례를 비롯해 Hallyu BBQ, Yoshiharu 등 실제 운영 중인 한인 식당들이 줄줄이 소송 타깃이 되면서, 외식업계 전반은 물론 한인 커뮤니티에도 경고등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