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 탐사매체 LA Public Press가 최근 USC 한인 교수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한인 여성 아이리스 김(Iris Kim)씨를 단독 인터뷰하며,USC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과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인 교수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했다.
이 매체는 피해자인 아이리스 김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USC 마셜 경영대학원(USC Marshall School of Business) 전 교수 박충환(Choong Whan Park·80세)씨가 자신이 지도하던 한인 대학원생 김씨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학교가 이를 내부적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상세히 다뤘다.
LA Public Press가 피해자 아이리스 김씨와 가진 단독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다음은 LA Public Press 인터뷰 기사 내용이다.
“USC라는 글자가 새겨진 건 모두 버렸어요”
2019년 USC 마셜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했던 김씨는 졸업 후 자신이 소유한 ‘USC’ 로고가 찍힌 물건을 모두 버렸다고 말했다. 학교 행사와 학생 활동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모범생이었지만, 그 뒤엔 2년에 걸친 성폭행 피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박 교수의 조교로 일하며 다섯 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교수가 자신을 강제로 껴안거나 입을 맞추며 “너만 보면 참을 수가 없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USC의 침묵…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몰랐다”
2020년 가을, 김씨는 USC의 성차별·성희롱 전담 부서인 타이틀9(Title IX) 사무국에 성폭행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학교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2021년 4월 20일 박 교수와 USC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는 성폭행, 성희롱, 폭행, 정신적 피해, 인종 차별 등 13개 혐의가 포함됐다.
“퇴직하면 조사 중단” ..내부 이메일로 드러난 은폐 정황
LA Public Press가 LA수피리어코트 공개 기록을 통해 확보한 이메일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21년 4월, USC 타이틀9 캐서린 스피어 부대표가 동료에게 “박 교수가 조기 퇴직하면 조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또 다른 직원은 “퇴직 시점에 따라 조사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씨가 소송을 제기하자 USC는 태도를 바꿨고, 박 교수는 같은 해 5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조기 은퇴했다.
USC는 해당 이메일이 담긴 법원 문서의 비공개를 요청했지만 판사가 이를 기각했고, 이후 학교는 “기밀문서 유출”을 이유로 사건 관련 자료를 폐기해달라는 요청을 다시 냈다가 여론의 비판 속에 철회했다.
“변화를 원했지만, 결국 침묵만 남았다”
아이리스 김씨는 2023년 9월, 재판을 불과 며칠 앞두고 USC로부터 재판전 합의를 제안받았다. 결국 김씨는 제안 받은 비공개 합의금을 수락하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김씨는 “정책 변화와 사과를 원했어요. 재판에서 학교 변호인과 가해자 앞에 서고 싶었지만, 변호사들은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USC와 박 교수가 모두 합의금을 냈다”고 말했지만, 금액은 비공개 조건이다.
LA Public Press는 타이틀9 사무국이 “퇴직 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추가 질의 10건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내가 말할 차례다”
박 교수의 성추행 의혹은 김씨 외에도 최소 세 명의 한인 여학생이 유사한 피해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USC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불신 때문에 청문회 참여를 포기했다고 LA Public Press는 지적했다.
현재 김씨는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 중심 저널리즘(solutions-driven journalism)”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그는 자신의 첫 증언 경험을 다룬 에세이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LA Public Press의 단독 인터뷰와 탐사보도를 통해 USC의 성희롱 은폐 관행과 ‘조용한 퇴직’ 문화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침묵 대신 목소리를 택한 한인 여성의 용기가 있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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