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패션디자이너 미셸 민(63)씨와 남편 브라이언 워커(61)가 총상을 입고 숨진 사건을 둘러싸고 부부에게 닥친 재정 위기와 가족이 목격한 긴박한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뉴욕포스트는 민씨의 동생 폴 민(58)씨를 인용해, 상당한 자산을 보유했던 부부가 남편 워커의 고위험 투자로 순식간에 재정적 위기에 빠졌으며 이후 워커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폴 민씨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는 이전까지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패션업체 ‘브린 워커(Bryn Walker)’의 실질적인 사업 운영은 미셸 민씨가 맡고 있었고, 워커는 한동안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부부는 워커가 자신들의 자산 일부를 투자에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투자는 가족이 알지 못하는 사이 위험한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것이 폴 민씨의 주장이다.
그는 워커가 가족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몰래 대출을 받고, 위험성이 높은 옵션 거래와 레버리지 투자에 돈을 넣으면서 막대한 채무를 떠안았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중순께 상황을 파악했을 때 워커는 자신이 “1억 달러를 훨씬 넘는 돈을 잃었다”고 믿고 있었다고 폴 민씨는 전했다. 다만 실제 손실액이 1억 달러를 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은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시카고의 전문 회계사까지 고용했다. 회계사가 재정을 들여다본 결과 실제 상황은 워커가 생각했던 것만큼 절망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워커는 이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무너진 상태였다는 것이 가족의 설명이다. 폴 민씨는 워커가 수주 동안 몸을 웅크린 채 어린아이처럼 울었으며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고 뉴욕포스트에 말했다.

그 기간 미셸 민씨는 남편을 떠나지 않았다. 남편에게 음식을 챙겨주고 안아주며 안정을 찾도록 애썼다는 것이 동생의 설명이다. 자신들의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민씨는 남편을 비난하기보다는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폴 민씨는 누나가 남편에게 “당신이 위기 상태였다는 것을 내가 더 일찍 알아챘어야 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오히려 자신을 탓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워커의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가족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가능성까지 우려해 집 안에 있던 총기들을 숨겼으며 결국 전문 치료시설에 입원시키기로 결정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2일은 바로 워커를 치료시설로 데려가기로 한 날이었다.
이날 오전 워커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한 지인에게 짧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폴 민씨는 밝혔다.
“911에 전화해.” 메시지를 받은 지인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곧바로 민씨 부부의 집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가 도착하기 전에 총성이 울렸다는 것이 가족의 설명이다.

폴 민씨는 가족이 총기를 숨겨뒀지만 워커가 총 한 정을 찾아냈으며 이를 아래층 방으로 가져가 장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미셸 민씨는 부부가 키우던 소형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 ‘핍(Pip)’을 데리고 집 밖 테라스로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폴 민씨는 워커가 이후 위층으로 올라가 아내에게 총을 쏜 뒤 자신에게도 총을 발사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감시카메라 녹음에는 오전 10시43분께 첫 번째 총성이 들린 뒤 한 남성이 울고 소리치는 듯한 음성이 이어졌으며, 얼마 뒤 두 번째 총성이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총기 한 정을 발견했다. 또 폴 민씨는 수사당국이 부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도 발견했다고 뉴욕포스트에 밝혔다. 가족은 이 메모 역시 사건이 우발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같은 사건 전개는 대부분 유가족의 설명에 따른 것이다. 오클랜드 경찰은 워커가 민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공식 결론 내리지 않았으며, 누가 총을 발사했는지와 정확한 범행 동기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폴 민씨는 누나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에게 헌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커가 오랫동안 가족에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며 자신 역시 거의 40년 동안 그를 형제처럼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런 워커가 어떻게 누나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행동을 했는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폴 민씨는 앞으로 가족과 함께 브린 워커의 운영을 맡아 뒤엉킨 재정 문제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2년 버클리에서 시작된 브린 워커는 현재 직영점 6곳을 운영하고 미 전역 약 1,000개 부티크에 여성 의류를 공급하고 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워커가 실제로 얼마를 잃었는지, 부동산에 어느 정도의 채무가 설정돼 있었는지, 그리고 재정 위기가 총격으로 이어진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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