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지역 한인 여고 동창회에서 회장 자리를 둘러싼 회원들 간 갈등이 횡령 폭로와 탄핵 주장,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어지는 이전투구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친목과 우의를 다져야 할 동창회가 서로를 비방하는 진흙탕 싸움에 휘말린 끝에 법정 다툼까지 벌이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법률 전문매체 메트로폴리탄 뉴스 엔터프라이즈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수도여고 남가주 동창회의 회장 선거와 운영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서 시작됐다.
2023년 12월 동창회원 100여 명의 만장일치로 제48대 회장에 선출된 최(윤)순복씨는 지난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2년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4년 7월 송해숙씨와 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박정순씨가 회원 250여 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회장 평가보고서를 게시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보고서에는 최씨가 동창회비 1만 달러와 기념 담요 제작비 1,500달러, 감사패 제작비 540달러 등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담겼다.
이후 단체대화방에서는 최씨를 ‘도둑’, ‘해임된 회장’이라고 지칭하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송씨가 다른 회원들에게 최씨와 연락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소송 과정에서 제기됐다.

최씨 측은 회계 자료와 영수증을 제출해 횡령 의혹을 반박했다. 특히 동창회 재무 담당자가 감사패 제작비 540달러에 대한 영수증을 공개했는데도 송씨가 추가로 1만 달러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갈등은 급기야 동창회장 자리를 둘러싼 정면충돌로 확대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송씨는 최씨가 회장직에서 해임됐다는 내용의 회원 모임에 참여했으며, 2024년 10월에는 자신을 동창회 회장으로 기재한 서류를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제출했다. 약 2주 뒤에는 PCB뱅크에서 회장 자격으로 동창회 계좌의 자금을 인출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동창회 내부의 싸움은 한국의 동창회 본부와 미국 내 다른 지역 동문들에게까지 번졌다.
2024년 12월 24일에는 미주 한국일보에 최씨가 탄핵되고 송씨가 새로운 회장을 맡게 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리면서 파문은 커졌다.
해당 보도는 캘리포니아 항소법원 판결문에도 명시돼 있지만, 현재 미주 한국일보 웹사이트 검색에서는 관련 기사 원문을 확인하기 어렵다. 기사가 삭제되거나 비공개 처리됐을 가능성이 있으나 실제 삭제 여부와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씨 측은 당시 보도를 접한 동문들이 충격을 받고 연락해 왔으며, 한국 동창회 본부에서도 횡령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밝혔다.
최씨는 자신을 도둑으로 지칭하는 주장 때문에 미국 한인 의료계에서 50년 동안 쌓아온 명예와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호소했다. 자녀와 손주들까지 횡령 의혹에 대해 질문하는 등 가족들도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동문들 사이의 갈등은 법정으로 향했다.
최씨는 2025년 4월 송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고 정신적 피해와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다.
송씨 측은 동창회 운영에 관한 회원들의 의견 교환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캘리포니아의 반전략적 봉쇄소송법(anti-SLAPP)에 근거한 소송 기각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LA카운티 수피리어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지난 8월 5일 캘리포니아 제2항소법원도 원심 결정을 유지했다.
항소법원은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한 횡령 주장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판단했다.
또 이를 반박하는 자료가 제시된 이후에도 횡령 의혹을 반복한 점 등을 명예훼손의 악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봤다.
명예훼손에 따른 평판 훼손 역시 실제 피해를 보여주는 증거가 충분히 제시됐다고 봤다.
다만 이번 판결은 송씨의 명예훼손 책임이나 손해배상액을 최종 확정한 것이 아니라 최씨가 제기한 소송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인 동문들의 친목을 위해 결성된 동창회에서 회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횡령 의혹과 인신공격, 회장직 박탈 논란을 거쳐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하면서 한인 단체 내부의 운영권 다툼이 낳은 또 하나의 불미스러운 사례로 남게 됐다.
이번 사건은 한인 단체의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카카오톡 게시물도 내용에 따라 법적 책임을 다투는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김상목 기자> knewsla@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