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클리닉의 의료서비스 지출 비율을 의무화하려던 주민발의안 44가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과 무보험자, 이민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클리닉들은 새로운 재정 규제에 따른 부담을 피하게 됐다.
11월 3일 실시된 중간선거 개표 결과, 주민발의안 44에 대한 반대표는 82%를 넘어섰다. KQED가 공개한 개표 집계에서는 반대 546만7,956표(82.3%), 찬성 117만2,410표(17.6%)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최종 인증 결과가 아닌 개표 중간 집계다.
캘리포니아 1차의료협회(CPCA)와 LA카운티커뮤니티클리닉연합(CCALAC)은 이번 결과를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위협할 수 있는 규제를 유권자들이 저지한 것으로 평가하며 환영했다.
특히 연방정부 인증 보건센터(FQHC)인 이웃케어클리닉(Kheir Clinic·소장 애린 박)은 언어 장벽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는 한인과 이민자들에게 중요한 의료 안전망을 지켜낸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애린 박 소장은 “주민발의안 44가 통과됐다면 한인과 아시아계, 라틴계 등 이민자 커뮤니티의 무보험자와 메디캘(Medi-Cal) 환자가 가장 큰 피해를 떠안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공동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본인의 일처럼 앞장서 주신 유권자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웃케어는 언어와 출신, 경제적 형편과 관계없이 누구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명을 굳건히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발의안 44는 국제서비스노조(SEIU) 산하 의료노동자 서부지부(UHW)가 추진한 것으로, 비영리 커뮤니티 클리닉이 연간 수입의 최소 90%를 의료서비스 등 공익 목적의 프로그램에 지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를 지키지 못하는 클리닉에는 재정적 제재를 부과하도록 했다.
노조 측은 일부 클리닉의 과도한 경영진 보수와 관리비 지출을 줄이고, 더 많은 재원을 환자 진료와 의료서비스 개선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커뮤니티 클리닉과 의료계는 일률적인 90% 지출 기준이 시설 유지와 의료장비, 정보기술, 행정 인력 등에 필요한 운영비를 제한해 오히려 환자 진료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발의안 반대 진영이 의뢰한 분석에서는 법안 시행 첫해 커뮤니티 클리닉에 약 17억 달러의 재정 부담이 발생하고, 88%가 적자 운영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캘리포니아 입법분석관실(LAO) 역시 일부 클리닉이 지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폐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재정적 영향은 의료서비스 관련 지출의 인정 범위와 각 클리닉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 300여 개 단체가 참여한 주민발의안 44 반대연합은 선거운동 기간 환자를 노사 갈등의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캘리포니아 1차의료협회 프란시스코 실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지키기 위해 유권자와 클리닉 구성원들이 힘을 모으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실바 회장은 “유권자들은 커뮤니티 클리닉과 환자 편에 서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환자와 지역사회 전체를 위한 의료서비스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의안 부결로 커뮤니티 클리닉의 수입 90% 지출 의무화 규정은 시행되지 않게 됐다. 이웃케어클리닉은 앞으로도 무보험자와 저소득층, 언어적 장벽을 겪는 이민자들에게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