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집 가서 맛이 없다고 했는데 주방장이 튀어나와서 ‘왜 맛이 없냐’고 하진 않잖아요.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만들까 고민하듯이 내부적으로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 더 많은 국민에 사랑받는 민주당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박한울 전국대학생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청년정치인들이 민주당의 이미지를 ‘내로남불’, ‘독재’, ‘경색’ 등으로 표현하며 쇄신과 혁신을 촉구했다.
민주당 혁신을 이끌겠다고 자처한 당내 모임 ‘원칙과 상식’은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심소통 : 청년에게 듣는다’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원욱 의원은 “청년을 첫 주제로 정한 이유는 청년은 대한민국의 미래주인공이자 현재 주인공이기도 하다”며 “이들이 어떻게 하면 현재를 당당하게 살 수 있고,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당당함을 더 가질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게 저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원칙과 상식’ 일원인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을 비롯해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전성균 화성시의원 ▲유재호 전 성남시의원 ▲김윤환 성남시의원 ▲김민재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 ▲김종우 전국대학생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박한울 전국대학생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이지원(기업인) 등이 참석했다.
짜장면집 비유 발언을 한 박한울 전국대학생위 수석부위원장은 “혁신은 네탓내탓하는게 아니라 생각한다”며 “지도부 뿐 아니라 함께 쇄신하고 혁신하는 용기있는 결단을 보여주면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이 진정성이 있다고 바라보지 않을까. 소통 기회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이런 변화를 촉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대중들에게) ‘잘 몰라서 그런다, 알려주겠다’ 이런 게 아니고 ‘그렇게 생각했구나, 우리가 노력하겠다. 이렇게 고치겠다’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환 성남시의원은 “또래 청년들과 대화하면 (민주당에 대해) 내로남불정당, 도긴개긴, 방탄정당 등의 얘기를 많이 한다”며 “민주당의 핵심가치는 도덕이다. 도덕성을 회복해야만 당의 공정성을 되찾을 수 있고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의원은 “내로남불 행태를 계속 보이니 청년들의 마음이 떠날 수밖에 없다”며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정책을 계속 내놓아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혁신과 쇄신을 해야한다”고 했다.
김종우 수석부위원장은 “저는 아직 민주당이 ‘상식’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정당이라고 믿고 있다”며 “그러면 비명, 친명 나누는 게 아니라 같이 혁신해서 싸워 이겨 정권획득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저는 그게 민주당의 상식이고, 상식 속에서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민재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은 “전에는 미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음 총선 때는 자신있게 민주당을 찍어달라는 얘기를 못하겠더라”며 “저조차도 민주당이 계속 이런 경색된 마인드와 멘탈리티로 나아간다면 다음 선거에서 투표를 안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경색된 민주당을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씀드린다”고 촉구했다.
하헌기 전 상근부대변인은 “내년 총선이 잘 안 될 것 같긴 하다. 민주당에 청년이 없다, 어른이 없다, 이런 게 아니라 민주당에 정치가 없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에 정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세특별법을 지난 5월 통과시킬 때 6개월에 한번 보완입법을 하겠다고 했다. 지금 11월인데 (보완입법을) 안 한다”며 “정권이랑 집권여당이 폭정하면 제1야당이 공리를 지켜야할 것 아닌가. 그런데 검사탄핵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나. 이재명 방탄한다고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윤환 시의원은 “요즘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청년 비율을 50%까지 한다는 이슈를 확실히 내놓았다. 이런 이슈를 전부 국민의힘이 가져가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어떤 혁신안이나 총선전략을 명확히 보이지 않고 있다”며 “총선전략으로 가져갈 만한 것 중 하나가 청년정치인 공영제. 기성정치인과 경쟁할 수 있게 당에서 지원해주고 공영제를 통해 청년들을 대표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유재호 전 성남시의원은 “민주당 내 민주주의가 왜 상실됐나, 저는 시스템 문제라고 본다”며 “보통 청년들이 지방의원으로 시작하는데, 지금은 공천을 받으면 당선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지역위원장, 국회의원의 간택을 받아야 경선을 치를 기회가 생기고, 결국 국회의 컨트롤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시의원은 성남시의회 시절 사례를 들며 “민주당은 민주가 빠진 이재명 사당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도 청년 정치인들의 정계 진출이 보다 수월하도록 당이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민 의원은 “현 선거제를 유지하더라도 위성정당 금지를 통해 해야하고 더 나아가 비례대표제를 확대해 비례성, 다양성이 높은 제도로 가야한다”며 “청년정치인 공영제, 좋은 것 같다. 청년으로서 정치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현실의 기득권 장벽을 공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지원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윤영찬 의원은 “지금 우리 민주당은 침묵의 나선 이론(여론형성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이 다수와 동일하면 적극 동조하지만 소수 의견일 경우 부정적 평가를 받거나 소외받는 게 두려워 침묵하는 현상)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며 “그래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정을 맞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이런 자리를 계속 만들고, 말하는 사람들 수가 많아지면 혁신에 성공한다고 생각한다”고 보탰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불거진 ‘나에게온당’ 현수막 논란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이원욱 의원은 “한준호 홍보위원장과 강선우 대변인이 브리핑했는데 당에서 한 것이 아니고 업체에서 했던 것이라고 했다”며 “사과해야 된다고 하니 총선기획단과 관련없는 일이고 홍보위가 직접 관여한 바 없다고 했는데, 당에서 보낸 공문을 보면 사무총장, 홍보위원장 한준호 이름이 이렇게 나와 있다”며 공문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전성균 화성시의원은 “민주당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디자인은 취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구에서 우리당이 청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간단히 설명하면 이번 현수막이 2030세대가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오는 문을 막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 전 상근부대변인은 “깔끔하게 사과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이렇게 지나가면 다시 반복되지 않겠나. 대선 때부터 이어져오는, 입으로만 2030세대를 얘기하는 사고방식이 기저에 깔려있는 게 더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민재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하신 말씀 중 ‘정치는 대중보다 반걸음만 앞서가야한다’라는 게 있는데, 이 반걸음이란게 대중과 시선을 함께 하면서, 대중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구조와 맥락을 읽고 한걸음 나아가 대안을 제시하란 뜻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번 현수막을 보면서 민주당이 사회 구조와 맥락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지원씨는 “공정하다, 공정하지 않다 보다 그 이전에 왜 대체 사과를 하지 않는지가 궁금했다”며 “결국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응천 의원은 “당내 민주주의가 역대 최악”이라며 “친명·친문패권 다 겪어봤는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패권이 너무 세다보니 오류에 빠져있다. 잘못되면 안 되다보니 사과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원칙과 상식을 얘기하면서 당 혁신의 기폭제가 되겠다고 하니 공천 못받을까봐 떼쓰는 거라는 게 돌아오는 말”이라며 “공천 때문이 아니다. 선수 한 번 늘리는 게 대한민국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