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7일 열렸다. 전직 총리에 대한 구속 심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30분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심사를 시작해 약 10분간 휴정한 뒤 4시55분까지 3시간여 넘게 진행했다.
한 전 총리는 심사 후 법정을 나와 ‘오늘 심문에서 어떤 점 위주로 소명했나’,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무위원들을 불렀나’, ‘왜 (계엄) 선포문 안 받았다고 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또 ‘계엄 당일 밤 추경호 의원과 왜 통화했냐’, ‘국민들에게 하실 말씀 없나’라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한 전 총리 변호인단은 ‘기존 입장과 진술이 바뀌었나’란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계엄 문건 관련 최근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냔 물음에 “진술이야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이날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선 박형수 특검보와 김정국 차장검사 외 검사 6명이 심사에 참여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특검은 25일 저녁 362쪽에 이르는 구속 필요성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오늘 총 160쪽의 프레젠테이션(PPT)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PPT엔 영상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검보는 “증거인멸 우려, 범죄 혐의 소명에 주안을 두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단순 부작위를 넘어 내란 관련 적극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물적 증거 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도 심사 과정에서 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만류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했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위증 혐의와 관련해서도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며 구속 사유가 충족되지 않고, 주요 인물들이 구속된 상태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특검팀은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지난 24일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대통령 기록물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등 6가지 혐의가 적시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을 방조한 혐의가 있다고 본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국가 및 헌법 수호의 책무를 보장하는 제1의 국가기관으로서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하고 그 책무를 다하도록 돕는 동시에 사전에 견제하고 통제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저버리는 것을 넘어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방조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단순 부작위를 넘어서 적극적인 행위를 통해 내란에 도움을 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을 통해 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후 형식적으로 국무회의를 개최한 행위, 사후 계엄 선포문에 서명하고 폐기한 행위 등이 모두 계엄 선포의 법률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한 적극적 행위라는 판단이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위증을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그는 앞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증언했으나, 지난 19일 두 번째 특검 조사에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선포문을 받았다”고 기존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가 구속될 경우 국정 1인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2인자인 한 전 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같은 구치소에 수감된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