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예상을 뒤엎고 기적을 일궜다. 당초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서울특별시를 제치고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됐다.
전북도는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년도 대한체육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유효 투표수 61표(무효표 1표) 중 49표를 획득해 11표를 얻은 서울시를 따돌리고 2036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뽑혔다.
전북도와 서울시는 총회에서 각 자치단체장이 각각 45분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김관영 전북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올림픽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에는 15분간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이후 평가위원회의 조사 결과 보고를 거쳐 대의원들이 무기명 비밀 투표에 참여했다. 전체 대의원 120여명 가운데 올림픽 37개 종목의 대의원 2명씩 총 74명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날 62명이 표를 던졌다.
야구·소프트볼, 농구, 배구, 탁구, 육상, 수영, 테니스, 배드민턴, 육상, 양궁, 사격, 태권도, 레슬링, 체조 등 하계 30개 종목과 빙상, 스키, 바이애슬론, 봅슬레이·스켈레톤, 루지, 컬링, 아이스하키 등 동계 7개 종목의 대의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협회장 선거 연기로 인해 투표인단 등록을 하지 못하며 참여가 무산됐다.
국가 균형 발전과 비수도권 연대를 내세워 대의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은 전북도는 하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전북도는 경기장 등 주요 시설을 친환경으로 구성하고, 광주와 충남, 충북, 대구 등 지방 도시의 체육 시설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분산 개최하겠다는 뜻을 내세웠다.
전북도는 이날 프레젠테이션에서 전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등 4명의 지자체단체장들의 지지를 얻은 영상을 대의원들에게 선보이며 비수도권 연대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1988 서울 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하계 올림픽 유치를 노린 서울시의 도전은 좌절됐다.
신축 없이 기존 경기장 등 인프라를 적극 재활용하고, 부족한 시설은 다른 시·도의 경기장을 활용해 약 5조원으로 대회 유치가 가능하다고 봤다.
총회 참석에 앞서 오세훈 시장은 “아시다시피 1988 올림픽을 치른 경기장들이 다 남아 있고 잠실 주경기장을 비롯해서 그 일대가 2031년까지는 전부 새 단장이 된다”며 “이런 점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판단하는 데 굉장히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끝내 경쟁에서 패했다.
지난해 7~8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서울 시민 85.2%가 올림픽 유치에 찬성했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 전북도는 2036 하계올림픽 개최지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누산타라(인도네시아), 이스탄불(튀르키예), 아마다드-뉴델리(인도), 산티아고(칠레)가 유치 의사를 드러냈고, 도하(카타르), 피렌체(이탈리아), 코펜하겐(덴마크) 등도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