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에 거주하는 아랍인과 진보시민단체가 이태원에서 집회를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규탄했다.
진보단체 노동자연대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2번 출구 앞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팔레스타인인, 예멘인, 키르기스스탄인, 우즈베키스탄인, 이집트인 등 재한 이슬람계 아랍인 6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경찰은 4개 기동대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들은 오후 1시30분께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앞에 집결해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Free Free Palestine)”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반대한다” “팔레스타인 저항 정당하다” “이스라엘을 패배시키자” 등 구호를 외치며 본 집회 장소인 이태원역 2번 출구 앞에 대거 모였다.
김승주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한 병원이 공습받아 수백여명이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지금 팔레스타인에는 인종청소의 대재앙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이 75년간 점령해 온 식민지인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테러”라며 “하마스는 전쟁 중 이스라엘 인질 250명을 잡았지만, 이스라엘은 전쟁 전 팔레스타인인 7천만명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했다.
가자지구 주민과 통화 연결을 통해 연결로 현지 상황도 전해졌다.
현지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A씨는 “가자지구엔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참혹한 학살 현장이 펼쳐졌다. 이스라엘은 어린아이들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폭격을 계속하고 있다. 어떤 가족은 전체가 몰살당하기도 했다”며 “가자지구는 끔찍하다.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 식량 등이 봉쇄돼 마시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참혹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짓은 명명백백한 전쟁범죄 행위로 전 세계가 이걸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인간 존엄을 존중하는 모든 사람이 팔레스타인과 연대해 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여한 이집트인 미트임씨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가자지구’라고 답하고 싶다”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습을 멈추고 민간인 대상 의약품, 식품, 물, 전기를 즉각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집회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주최 측과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도 일어났다.
경찰은 각 10분씩 2회에 걸쳐 집회 소음을 측정한 결과 집회 소음 기준치보다 높은 80㏈(데시벨)이 나와 기준 이하로 소음을 유지하고 확성기 등을 사용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주최 측이 이에 따르지 않자 경찰은 곧바로 집회용 스피커에 연결돼 있던 앰프와 전원을 임시 보관하는 조치에 나섰다.
경찰관들이 주최 측 트럭 위에 올라왔고 이를 막아서는 관계자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10여분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다행히 다치거나 연행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 집회를 마친 이들은 오후 3시15분께부터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으로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