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 측은 22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수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호남 비하 일베 용어”라고 맹공했다.
이 지사 측에서 호남 비하 표현이 아니었다며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예정에 없던 정례 브리핑 일정까지 잡고 이 지사의 사과를 촉구하며 공세했다. 이번주 예정된 호남 지역 순회 경선을 앞두고 ‘수박’이라는 표현이 호남민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캠프 총괄부본부장인 이병훈 의원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수박’이라는 표현은 ‘홍어’에 이어서 일베들이 쓰는 용어였다’며 “5·18 희생자를 상징하는 표현을 멸칭으로 쓰는 표현으로 정말 해서는 안 될 표현이다. 대선 예비 후보가 이런 표현을 쓴 데 정말 놀랐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호남인의 자존심, 5·18 희생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본인이 그런 의도가 아닐지라도 들은 사람들이 혐오감과 수치심을 느낀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아무리 경쟁하더라도 금도가 있다. 해서는 안 될 말”이라며 “특히 민주당 내 경선인데 이런 하자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본선에 우리 당 후보로 나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본래 취지와 다르다고 변명할 게 아니라 상처주는 발언에 대해 명백히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인 김종민 의원도 “인권 감수성이라는 건 받아들이는 사람, 그걸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거다. 성희롱도 마찬가지”라며 “오랫동안 일베 세력과 수구세력에 의해 호남 분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쓰여오고 있다. 그걸 쓰면서 ‘내 의도는 그게 아니다’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다시 한 번 각성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본인이 무슨 뜻으로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게 호남시민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쓰인다면 안 쓰면 되지 않느냐”며 “이재명에게 묻고 싶다. 몰랐다면 ‘이제 안 쓰겠다’고 하는 게 마땅한 것 아니냐. 일베 사람들이 조롱하는 용어를 같이 쓰면 캠프 사람들이 조언하고 바꿔야지 끝까지 쓰겠다고 우기는 게 맞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색깔론까지 꺼내들며 “수박이 겉이 파랗고 안은 빨개서 빨갱이를 지칭하는 게 수박이다. 전형적인 색깔론 용어”라며 “수십년간 색깔론에 당해온 민주당 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도 “수박이라고 지칭당하시는 분들이 민주당 의원이라면 원팀이 되겠느냐. 원팀을 강조하면서 이 지사 캠프에서 계속해서 선거 이후 화합을 강조하는데 수박이라고 누군가를 지칭했다면 그분들과 같이 길을 같이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방송에서 일베식 표현이 나왔을 때 굉장한 사회문제가 됐고, 해당 당사자들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며 “여러 차례 수박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기어이 쓰는 건 도대체 어떤 의도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병훈 의원은 논평을 통해서도 “(수박 표현이) 겉과 속이 다른 기득권자들에 대한 관용구로 쓰고 있다고 해도 이 또한 상대 후보와 캠프에 대해 혐오와 배제를 선동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건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이고,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 성남 분당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저에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들”이라며 “이재명이 기득권자와의 전쟁을 불사하는 강단이 없었다면 결과는 민간개발 허용으로 모든 개발이익을 그들이 다 먹었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이 지사는 “우리 안의 수박들” 표현을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수정했다.
이 지사는 ‘수박’ 발언 논란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인데 그렇게까지 해석해가며 공격할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며 “겉과 속이 다르다는 예로 말한 것을 문맥상으로 다 알 수 있는데 그것만 똑 떼어내서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