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권 재창출 불가’… 이낙연 위기론 띄우기 승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위기론’까지 꺼냈다. 검찰 수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 본선 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의 본선 직행을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보인다. 대장동 의혹이 정권 재창출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위기론을 통해 이 지사에게 쏠린 일반 국민과 당원의 표심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불안한 후보인 이 지사 대신 안정적인 후보인 이 전 대표에게 표심을 몰아달라는 막판 호소인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1위 후보의 측근이 구속됐다”며 “대장동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업 수익 구조 설계 책임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된 것을 언급하며 이 지사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나아가 이 전 대표는 “그런 인사와 행정을 했던 후보가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겠나”라며 “1위 후보의 위기는 민주당의 위기이고, 정권 재창출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대장동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권 재창출의 확실하고 안전한 길을 결단하자고 호소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과 이 지사와 연결 고리가 밝혀지면 ‘이재명 리스크’가 ‘민주당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대표가 그동안 대장동 공세를 가하며 내놓은 발언 중에 가장 수위가 높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는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책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는 것”이라며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관리 책임’을 인정한다는 이 지사의 발언을 비판했다. 유 전 본부장 혐의가 입증되면 이 지사가 책임지고 대선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낙연 캠프 정운현 공보단장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는 대장동 비리사건의 설계자”라며 “그런데 책임을 진다는 것이 고작 유감 표명인가. 국민을 장기판의 졸(卒)로 보지 않고서야 어찌”라고 직격했다. 이 지사가 유 전 본부장의 개인적인 일탈로 규정하면서 유감 표명 정도에 그치자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 측은 “당원과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보고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는 9~10일 마지막 지역 순회경선과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결선투표 구도로 만들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누적 득표율은 이 지사 54.90%, 이 전 대표 34.33%다.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는 이 지사의 최종 득표율이 50% 아래로 떨어져야 가능하다. 득표수 격차(20만4461표)를 감안할 때 녹록지 않은 시나리오지만, 이 전 대표가 역전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이번 주말 경선이라 이를 앞두고 파상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새로운 의혹 제기에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그는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캠프에 들어오는 제보에 대해 묻자 “그건 잘 모르겠다. 일일이 저한테 보고한다든가 그렇지는 않다”며 말을 아꼈다. 대장동 공세에서 야권과 같은 편에 선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 오히려 1위 후보 지키기 정서를 자극해 독이 될 수 있다. 또 향후 원팀 정신 훼손에 비판도 염려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