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령 괌 포위사격을 경고하는 데 활용했던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 실전 배치 단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30일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 사격 시험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2017년 쐈던 화성-12형을 4년여 만에 재발사했음에 공식 확인됐다. 북한은 2017년 4월5일, 4월16일, 4월29일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5월14일 처음으로 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8월29일, 9월15일 연거푸 발사에 성공했다.
화성-12형은 액체연료 추진체를 쓰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다. 사거리는 약 4500~5500㎞로 알려졌다. 검정색 바탕에 노란색 띠가 둘러진 형태다.
화성-12형 실전 배치 완료 여부는 불투명하다. 화성-12형이 북한 전략군에 배치됐다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화성-12형이 ‘생산 장비되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동시에 ‘검수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검수 사격은 실전 배치를 위해 대량 생산되고 있는 무기를 무작위로 골라서 쏜다는 의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발사는 이미 FOC(full operational capacity, 완전운용능력) 인증 같은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며 “검수 사격이 아닌 검열 사격 정도가 되면 FMC(full mission capacity, 완전임무수행능력) 인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예상대로 화성-12형을 형상 변경 없이 쏜 것 같다”며 “검수를 언급한 것이나 2017년 성공 이후 5년이나 지난 것을 생각해보면 이제 실전 배치 임박까지 걱정해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2017년 개발 완료된 미사일을 고탄도각 발사로 무력시위에 동원한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이미 실전 배치됐다는 의미로 봐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선택 검열을 통한 검수 사격은 개발 최종단계, 양산체계, 실전배치 이후 실전화를 확인하는 의미”라며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나 KN-24와 같이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가 주관해 진행하는 경우 양산 및 실전화 단계 무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이번 화성-12형 발사장을 찾지 않은 것도 이미 실전 배치 단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홍민 실장은 “기존 무기의 검수 차원의 발사에는 김정은 총비서 참관은 이뤄지지 않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며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극초음속미사일)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했으나 기존 실험 무기에는 참관하지 않음으로써 안정성과 실전화 의미를 부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성-12형 실전 배치가 완료된다면 북한이 공언했던 괌 포위사격이 가능해진다.
북한은 2017년 8월 미국을 향해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김락겸 당시 전략군 사령관은 8월9일 “괌도의 주요 군사 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 전략 탄도로케트 화성-12형 4발의 동시발사로 진행하는 괌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령관은 또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 주변 30~40㎞ 해상수역에 탄착하게 될 것”이라며 “전략군은 8월 중순까지 괌 포위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해 총사령관 (김정은) 동지께 보고 드리고, 발사 대기 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실행할 경우 미국은 괌에 배치돼있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요격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은 2017년 7월 사드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해군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미사일도 요격에 동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