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인수위원을 전격 사퇴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의 사퇴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겸 국민의당 대표가 합의한 ‘공동정부’가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부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실질적으로 비경제 분야의 국정과제를 총괄했다. 대선 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협상 창구로, 물밑 협상을 통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런 이 의원의 갑작스런 인수위원 사퇴는 새 정부 출범을 한 달도 채 안 남겨놓고 국정과제 선별, 내각·청와대 인선 등에 매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돌발 변수가 되고 있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추진하기로 한 공동정부론과 맞물려 인수위가 차기 정부의 국정 방향타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이 의원의 사퇴는 인수위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사퇴 원인으로는 윤 당선인의 1차 내각 인선안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란 점이 꼽힌다.
초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불거진 안철수계 인사 ‘홀대론’에 대한 반발심이 사퇴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안 위원장 측에서 물리학 박사 출신인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을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적극 추천했으나 윤 당선인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사를 지명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1차 내각 안철수계 실종은 윤 당선인이 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선에 개인적인 친분이 작용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차 내각부터 안철수계 인사가 제외되면서 공동정부 합의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의원의 인수위 사퇴도 이런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수위는 물론 당선인 측에선 이 의원의 사퇴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언론보도를 접한 후에야 이 의원의 사퇴 소식을 인지했을 만큼 소통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인수위 대변인실은 “이태규 위원은 사퇴공지가 사실임을 대변인실에 알려왔다”며 “구체적인 사퇴이유 및 수리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려움을 양해바란다”고 공지했다.
이 의원도 하마평이 나돌던 1차 내각 인선에서 제외됐다. 이 의원은 사퇴 사유를 직접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저는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한 대목에서도 장관 인선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 의원은 실제 행정안전부나 통일부, 중소기업벤처부 등의 유력한 장관 후보자로 하마평이 거론돼 왔지만 이번 1차 내각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이 원하는 장관직을 보장받지 못해 윤 당선인 측과 갈등을 겪었거나, 정치인의 입각을 최소화하고 해당 부처 업무 능력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윤 당선인의 인선 기준과 상충돼 이 의원의 입각 자체를 고심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 의원 사퇴와 관련해 별도로 접촉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우리 두 사람은 이 정권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갖고 있고, 두 사람 간의 신뢰는 변함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이 인사 관련 문제로 사퇴한 것 아니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