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1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가 박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하면서 다시 구속됐다.
함께 기소된 임직원 3명에게는 징역 3년~5년의 실형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에게는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 등의 ▲계열사 자금 3300억원 횡령 ▲금호터미널 주식 저가 매각 ▲기내식 사업권 저가 양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공정거래법 위반과 금호건설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서는 특수관계인에 이익이 귀속됐다는 점만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박 전 회장에 대해서는 “금호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각 계열사들은 정기적으로 박 전 회장에게 사업계획을 보고해왔다”며 박 전 회장을 보좌하던 전략경영실 주도 하에 각 범행이 이뤄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계열사를 이용하는 행위는 소액주주와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다수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이익을 해할 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쳐 엄단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열사 자금을 총수 개인의 것처럼 사용해 계열사의 피해액이 수천억원이고, 범행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피해복구 기회가 사실상 상실됐다”며 “(박 전 회장) 자신이 금호그룹에서 가지는 절대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 사건 범행 저지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임직원 3명에게는 징역 3~5년을, 금호건설에는 벌금 2억원을 구형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8.17. jhope@newsis.com
검찰은 구형 의견에서 “횡령·배임 등이 박 전 회장을 보좌하던 전략경영실의 주도 하에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임직원과 이사회 구성원들이 배제됐고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가치평가 등 작업 역시 전략경영실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분신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피해를 줬다고 하니 안타까움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최후진술했다. 그러면서 “결코 제 자신만의 이익을 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 등은 그룹 재건과 경영권 회복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회장 등이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하려다가 부실 우려를 불러왔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전 회장 등은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2015년 12월 그룹 지주사이자 주요 계열사들의 모 회사인 금호산업의 회사 지분을 채권단으로부터 7228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회장 등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1333억원이라는 저가에 스위스 게이트그룹에 넘기고, 그 대가로 1600억원 규모의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