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탑골공원에서 먹고 저녁엔 모란으로 가. 저녁밥 주니까”
겨울 추위가 본격화하면서 체감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무료급식소를 찾는 취약계층 노인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 점심과 저녁을 모두 무료 급식소에서 해결하기 위해 먼 길을 이동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물가 부담 서울의 일부 무료급식소는 되레 급식 공급을 줄이고 있다.
지난 6일 체감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60대 이모씨는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찾았다.
무료급식소 점심식사는 이씨의 된 일과다. 그는 탑골공원 인근 고시원에 홀로 거주하고 있으며 시력이 좋지 않아 스스로 밥을 해먹을 수 없다고 한다.
아울러 지난달 생활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5.5% 오르는 등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평일인 7일 점심 시간에도 명동밥집에는 725명의 노인들이 모여들었다.
종종 명동밥집에서 식사를 해결한다는 기초생활수급자 김모(71)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식사도 잘 못하고 전기도 잘 틀지 않는다”며 “오죽 전기료가 나오지 않으니 사람이 집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찾아온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고양에서 온 80대 김모씨는 지하철에서 택배 일을 하는 동료들 소개를 받아 무료급식소를 알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물가가 높아서 밥을 먹기 힘들어 공짜로 밥을 주는 곳을 찾아다닌다. 원각사 무료급식소와 동대문구 밥퍼 등을 주로 간다”고 말했다.
아예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모두 무료급식소에 의존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원각사에서 만난 이씨는 “저녁에는 경기도 성남시 모란동에 있는 무료급식소로 갈 예정이다. 대중교통으로 1시간이 넘는 길이지만 저녁밥을 주니까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소윤 원각사 무료급식소 총무는 “대부분 급식소들이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려면 한 끼만 제공하다보니, 어르신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안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을 운영하는 장석훈 사무국장도 “끼니를 위해 여러 무료급식소를 다니는 노인들이 많다. 멀더라도 ‘성남에서 밥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곳까지 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연을 끊고 지하철역에서 지낸다는 박모(51)씨는 “주로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저녁은 광화문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자 한 끼라도 해결하기 위해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들은 갈수록 느는 추세다. 장 사무국장은 “원래 평일에는 650~700명 정도 왔는데, 지난 7일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725명이 왔다. 많이 늘긴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무료급식소들의 식자재비 부담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후원이 꾸준한 곳은 지금의 식사 제공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급식 인원을 줄이기도 했다.
명동밥집 센터장인 백광진 신부는 “단체들이 기부해준 것들이 있고 꾸준히 기부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지금 기조에 변동은 없다”면서도 “식자재값이 40%까지 올라 아무래도 부담은 있다”고 털어놨다. 백 신부는 “작년에는 한 끼에 3700원 정도 예상했다면, 지금은 4500원까지 잡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사정이 더 어렵다. 물가가 오르고 후원이 줄면서 급식 인원을 줄였다. 강 총무는 “이전에만 해도 360명 정도의 노인께 식사를 대접했는데, 물가 등 운영 어려움으로 감당이 안 돼 270명 선에서 자른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