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20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5거래일 연속 1300원대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제도(Fed·연준) 의장이 긴축 의지를 재확인하자 추가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짙어지면서다.
중국의 경기 부진 전망에 따른 위안화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 원화가 위안화와 커플링(동조화) 관계라는 점에서다. 원·달러가 연말까지 130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1200원대는 ‘열흘 천하’…다시’1300원 시대’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30원 오른 1317.60원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3.2원 오른 1310.5원에 출발한 후 장중 내내 1310원대에서 움직이다 장 후반 오름폭을 확대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튀어오른 것은 연준의 긴축 입장 재확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은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석해 연내 2회 금리 인상을 재강조하며 매파적 시각을 드러냈다.
파월의 발언은 곧바로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ECB 이후 7월 미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은 76.9%에서 81.8%로 확대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103.16로 전일대비 0.25% 올랐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ECB 포럼에서 파월 연준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면서 “연준의장의 발언에 시장이 더 주목하면서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상승했다”고 말했다.
파월의 입에서 시작된 달러 강세
원·달러는 6월 중순만 해도 1200원대에서 움직였다. 하반기 국내 반도체 회복 기대에 따른 외국인 투자 확대가 원화 강세로 나타나면서다. 이 영향으로 원·달러는 6월9일부터 6월22일까지 10거래일 연속 1200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파월 연준 의장의 입으로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지난 22일 파월 의장이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고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과정에서 갈 길이 멀다”며 연내 2차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자 원·달러는 곧바로 1300원대로 튀어올랐다.
4거래일 연속 130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는 파월이 매파적 발언을 한번 더 이어가자 이번에는 1310원을 돌파했다.
파월은 28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 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움직이는 방안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연준이 오는 7월과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두 차례 연속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파월이 두번 연속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매파적 경계심이 유입됐다”면서 “원·달러는 3분기까지 1300원에서 횡보하다가 물가 하락 압력에 따라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中 부진 전망에 위안화 약세…동조하는 원화
위안화 약세도 불똥이 튀고 있다.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중국 위안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교역이 많아 통상 원화는 위안화 가치에 동조 현상을 보인다.
위안·달러는 전날 7.2541위안을 기록해 지난해 1월 말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개월 전에 비해서는 무려 5.33% 오른 수치다.
위안화 약세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봉쇄 해제 후에도 경기 회복이 더딘 이유가 꼽힌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있다는 점도 위안화 가치 하락에도 부채질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화가 다시 강세가 되려면 연준의 금리 인하가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면서 “중국 경기가 부진이 위안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원화 역시 이에 동조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원·달러가 13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