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들은 지하철 무료 승차 혜택을 받는다. 은퇴한 노인들의 공짜 지하철 여행을 소개한 기사가 뉴욕타임스(NYT) 신문 1면에 실렸다.
23일 NYT는 ‘지하철 여행에서 기쁨을 찾는 대한민국의 노인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지하철을 이동 수단이 아닌 하나의 여행으로 삼는 서울의 노인들을 취재했다.
서울메트로 등 서울 지하철 운영사의 데이터에 따르면 무료 승차 혜택을 받는 노년층은 연간 지하철 이용객의 약 15%를 차지한다.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하는 일 하지 않고 노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지공거사(地空居士)’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예년보다 극심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여름, 지하철의 시원한 에어컨을 쐬며 서울 곳곳을 여행하는 노인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단정한 한복 차림으로 집을 나선 이진호(85) 씨는 1호선 종점인 소요산까지 한 시간이 넘게 지하철 두 개 노선을 갈아타며 왔다. 그는 지하철에서 내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4호선 종점을 향해 지하철에 올랐다.
그는 지하철 무료 승차 혜택을 이용하는 노인들 사이에 있는 암묵적인 규칙에 대해 “열차가 매우 붐비고 모두가 서두르는 출퇴근 시간은 피하고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지 않기 위해 젊은 사람들 앞에는 서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은퇴한 수학과 교수인 전종덕(85) 씨는 “책을 읽다가 졸기도 한다”며 “서울 구석구석 지하철이 닿는 곳이라면 안 가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매년 늘어나는 노년층으로 수년간 적자에 시달리는 지하철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NYT는 “많은 한국 노인이 제한된 소득으로 빈곤 속에 생활하고 있다”며 “지하철 탑승 요금을 아끼는 것은 노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지난 2월 서울시 관련 토론회에서 “노인들은 원해서 늙어가는 것이 아닌 세월이 흐르면서 어쩔 수 없이 노년층으로 밀려난 것”이라며 “노인들이 지하철 무료 승차 혜택을 이용해 활동을 계속하면 국가적으로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