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이다.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 사회의 이정표가 되기 위해, 돈의 힘에 맞서 싸우겠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개막식에서 이같은 심경을 직접 밝혔다.
노 관장은 전날 오후 최태원 SK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에 엄중한 모습으로 출석한 것과 달리 이날 행사에는 밝은 분위기로 참석했다. 노 소장은 20여개의 작품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박수를 치며 감탄하는가 하면 작가들의 설명을 듣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 행사를 마친 후 노 관장은 이혼 소송과 관련한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그는 서울역 앞에 서서 한참동안 개인 차원을 넘어 여성에 대한 이상적인 사회적 가치와 결혼, 가정의 의미 등을 분명한 어조로 전했다.
노 관장은 “가정은 계약이 아니고 언약이다. 근본적인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을 인간 되게 한다는 것은 신뢰를 만들어가며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것이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나한테 불리하고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한번 맺은 약속은 지키는 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결혼이 언약이 아닌 계약이 되고 결국은 사람이 물건처럼 너는 얼마, 나는 얼마 이렇게 되는 것이 싫어서 끝까지 (가정을) 지켰다”면서 “더 이상 그렇게 붙잡고 있는 것이 (의미가 없더라). 나는 그렇더라도 아이들의 정신에도 좋은 게 아니더라. 그래서 이혼하기로 마음 먹고 진행 중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관장은 아버지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최 회장과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 존재를 알리며 먼저 노 관장에게 이혼 의사를 밝혔고, 지난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먼저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노 관장은 2년 뒤인 2019년 최 회장을 상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1심에서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이혼 청구는 기각했지만,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 보유 SK 주식 중 50%는 인정하지 않았다. 전업주부의 내조와 가사노동만으로는 주식 같은 사업용 재산을 분할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후 노 관장과 최 회장 모두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여성으로서 내조의 가치 등이 인정받는다’는 의미의 적정한 위자료 수준에 대해 묻자 노 관장은 “그것은 말하기 어렵다. 전적으로 재판부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제가 1심에 대해 항소한 것만 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가 있다. 사회의 새로운 진화 과정, (여성의 내조 가치를 인정받는)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이혼 소송과는 별도로 올해 3월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은 해당 소송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며 “가정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아이를 낳고 부인 행세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파리에서 공식석상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등의) 행동에 대해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하는 것이며 돈의 힘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관장은 향후 재판에도 직접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앞으로도 직접 출석할 지는 모르겠으나 직접 재판장님을 뵙고 말하는 걸 들으니 대리인을 통해 듣는 것보다 재판의 흐름 등 감이 오는 게 있더라”고 밝혔다.
한편 노 관장과 최 회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은 내년 1월11일로 잡혔다. 김희영 이사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은 오는 23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