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강경파 의원들이 연일 돌출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또 다시 제기되는가 하면 “윤 정부 계엄 선포” “발목때기(발목의 방언)은 분질러야 한다” 등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당 안팎에서 중도층 민심이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도부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28일 민주당에 따르면, 최강욱 전 의원 막말 논란을 계기로 당 지도부가 ‘언행주의보’를 내린 첫 주말에도 강경파 의원들은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강경파 초선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출판기념회와 유튜브 방송 등에서 윤 정부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지난 26일 황운하 의원 출판기념회에선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또 다시 언급됐다. 앞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탄핵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에게 자제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지만,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황 의원은 “한 장관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객석에서 박수와 함께 ‘맞습니다’란 호응이 터져 나왔다. 황 의원은 한 장관이 검사 직접수사권을 축소한 입법 개정을 시행령으로 무시했으며, 국회의원 질의에 역공하거나 의자를 뒤로 젖히는 오만한 태도를 보여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이 전국을 도는 것을 ‘선거운동’이라며 중립성 위반을 이유로 탄핵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용민 의원은 검찰 특활비가 한 장관 정치행보에 쓰였는지 여부가 쟁점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윤석열 탄핵 필요성을 묻는 진행자 질문엔 “저를 또 전사로 만드신다”며 “당연히 탄핵을 해야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장관 탄핵사유가 위법한 시행령이라고 했는데 시행령은 대통령령이다”며 “위법한 시행령에 대해 법적 책임을 장관과 대통령 둘 다에게 물릴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한 장관 탄핵을 하는 것이 위법한 시행령이라는 것이 헌재에서 확인이 되면 바로 대통령 탄핵 사유”라며 “(탄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형배 의원은 친명 성향 유튜브방송 ‘새날’에서 당내 일각서 탄핵 ‘역풍’을 우려한 시선이 나온데 대해 “그때 탄핵해서 딱 발목을 잡아놨으면”이라며 “새 정부 출범할 때도 합의를 파기했을 때 딱 발목을 잡아서,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사실 발목때기를 분질러 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은 다음날 페이스북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헌법개정안을 공동 발의하자고 주장했다. 또 22대 총선서 여당이 승리시 윤 정권이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권력을 사용하는 대범함을 놓고 보면 22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 발언 논란이 채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강경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지도부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2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강경파 의원들의 탄핵론에 대한 지도부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논의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 같은 발언을) 보고있냐’는 질문엔 “안 보고 있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지도부가 이미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언행에 주의해달라는 요청을 했을뿐더러,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지역 현장에서 본인 주장을 펼치는 것을 일일이 통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막말 폭주’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민주당의 막말 폭주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설치는 암컷’ ‘계엄령 선포’ 발언 등을 비판했다.
김 대표는 “판을 깔아주었던 민형배 의원, 웃음으로 동조했던 김용민 의원이 반성과 사과는커녕 ‘탄핵으로 발목때기를 분질러 놨어야 한다’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는 등의 허무맹랑한 언행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