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00만원 살포 의혹에서 출발한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살포 의혹’ 수사가 총 8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정점에 이르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개인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금품이 살포된 정황을 포착했다.
일명 ‘이정근 녹취록’이라고 불리는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자동 녹음 파일 안에는 그가 송 전 대표 캠프 조직본부장을 맡으면서 돈 봉투 살포를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자세하게 담겨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을 기소한 뒤 지난 4월12일 윤관석·이성만 당시 민주당(지난 5월3일 탈당·현 무소속) 의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본격적인 수사의 신호탄이다.
윤 의원은 돈 봉투 살포를 지시·권유한 인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할 자금 1000만 조성에 관여하고, 윤 의원에게서 돈 봉투(300만원)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는 송 전 대표 당선 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측근인 박용수 전 보좌관도 공모자로 등장한다.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보좌관은 스폰서 김모씨로부터 자금을 받아서 전달하는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논란이 되자 프랑스에서 방문 교수로 있던 송 전 대표는 지난 4월23일 귀국했다. 그는 파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국내 입국 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 수사는 같은 달 29일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 압수수색을 거치며 ‘캠프 내 불법 정지자금’ 전반으로 확대됐다. 송 전 대표 캠프 회계 내역을 확인해보니 수상한 금품 흐름이 보인다는 취지다.
그 사이 송 전 대표는 두 차례 자진 출석을 시도하며 ‘반격’을 시도했다. 검찰 수사가 무르익기 전 출석해 허를 찌르겠다는 시도로 풀이됐지만, 검찰의 거부로 무산됐다.
검찰은 두 차례 시도 끝에 지난 5월8일 강 전 감사를 구속해 수사의 1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추진력을 얻은 검찰은 윤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역 의원은 국회 회기 중에는 체포동의안 통과 없이 구속되지 않는다.
이후 박 전 보좌관과 송 전 대표 캠프에서 회계를 담당한 또 다른 측근, 먹사연 회계 담당자 등이 검찰 조사 대상이 되면서 수사는 돈 봉투와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두 축으로 진행됐다.
혐의를 다진 검찰은 지난 8월1일 비회기 기간에 윤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체포동의안 없이 열린 심사에선 윤 의원에 대한 영장이 발부됐다.
국회 사무처 등에서 확보한 출입 내역, 일정표 등이 관련자 진술 등과 일치하면서 혐의가 일정 부분 소명된 것으로 풀이됐다.
먼저 기소된 윤 의원, 박 전 보좌관, 강 전 감사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돈 봉투 수수 의원으로 의심되는 의원들의 이름도 실명으로 재판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이 중에서 이 의원, 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을 수수자로 압수수색한 바 있다.
송 전 대표는 이 전 부총장 수사에서 시작된 이번 돈 봉투 의혹이 별건 수사이고,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도 6개월인데 비난 가능성이 더 적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 수사가 2년 후에 진행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검찰과 송 전 대표의 의견을 들은 검찰 시민위원회 위원들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결국 본격적인 수사 약 8개월 만인 지난 8일 송 전 대표는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조사를 앞둔 지난 2일에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통해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6000만원 유입, 6650만원 살포에 공모했다고 구속영장에 기재했다. 먹사연 불법 정치자금은 7억6300만원으로 특정하고 이 중 4000만원은 뇌물에도 해당한다고 했다. 돈 봉투 명목으로 받은 불법 정치자금과 먹사연 불법 후원액을 합치면 8억원이 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