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면 대통령이 직접 축하하고, 돌잔치에는 국무총리가 참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습니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출산율을 보고 있자면 마냥 웃을 수 만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난 21일 그 농담이 현실이 됐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충북 진천군에서 열린 ’23년생’ 김율 양의 돌잔치에 참석한 것입니다. 한덕수 총리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 저출생 문제 해결”이라며 “마을에서도 기쁜 일이고 대한민국 전체로도 기쁜 일이라 돌잔치에 직접 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돌잔치에 총리가 달려가는 시대.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걸까요? 올해 우리는 몇 명의 ’24년생’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이대로라면 100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얼마나 줄어들지 궁금합니다.
통계청이 매월 집계하는 ‘인구동향’과 2022년부터 2072년까지 장래 인구동향을 추계한 ‘장래인구추계’를 살펴보겠습니다.
통계청의 ‘2024년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태어난 24년생은 2만1442명. 겨울에는 통상 출생률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도 지난해 1월보다도 7.7% 떨어진 숫자입니다.
인구 1000명 당 출생률을 의미하는 조출생률은 전국 5.0명입니다. 지난해 연간 5.3명을 기록한 것에 비해 0.3명 쪼그라든 것입니다.
‘2022~2027년 장래인구추계’를 살펴보니 24년생은 약 27만8000명으로 추정됩니다. 올해 출산율은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로 봐도 0.70명(고위) 수준에 그칩니다. 0.72명이었던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겁니다.
세 아이 이상 키우는 가정은 더 보기 힘들어질 전망입니다. 만 39세까지 여자의 누적혼인 1건당 출생아수를 나타내는 혼인대비 출산비율 추정을 확인해봤더니 올해 셋째 아이를 낳는 비율은 0.07명으로 지난해보다 0.01명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대입해도 0.08명으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입니다.
100년 추계로 보면 2120년 우리나라 인구수는 2000만명 선이 무너집니다. 2122년에는 1935만8000명(중위)에 불과할 전망입니다.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대입했을 땐 3043만6000명(고위)으로 늘어날 수도 있지만 출산율이 더 낮아지는 경우에는 1084만8000명(저위)으로 더 쪼그라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2122년 출생아 역시 8만9000명(중위)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출산율이 더 낮아질 경우 1년동안 3만6000명(저위)밖에 태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산율이 높아지는 경우를 가정하면 18만2000명(고위)의 출생아가 2122년에 태어날 전망입니다.
2주도 남지 않은 총선에 공약을 들여다보니 여야 모두 제1호 공약으로 ‘저출산 대책’을 내놨습니다. 부총리급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여당은 10조원, 야당은 28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합니다. 육아휴직 지원, 돌봄서비스 강화, 임대주택 제공, 교통비 지원 등 다양한 대책도 앞다퉈 내놨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출산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겠죠. 우리의 경쟁력이자 미래인 아이가 많이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슬프고도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도 국회도 국민들도 저출산 사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저출산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이유입니다. 저출산 문제 앞에선 여야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그려낼 인구 그래프가 통계청이 가장 희망적으로 추산한 시나리오를 뛰어넘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길 잘 했다고 느끼도록, 아이를 키우는 우리 영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