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가운데, 미국 등 주요 국가 외신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만료를 앞두고 대통령이 겪는 권력 누수)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175석을 확보하며 108석을 얻은 데 그친 국민의힘을 크게 따돌렸다. 여기에 조국혁신당(12석) 등 ‘범야권’의 폭이 넓어지면서 ‘여소야대’ 정국이 더 강화됐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보수적인 논조를 가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각) “야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면서 입법부에 대한 통제권을 편안하게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180석은) 국회 300석 중 5분의 3 정도에 해당해 야당이 빠르게 입법을 추진(패스트트랙)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주도하는 국내 주요 정책과 의제를 좌절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5년 임기 동안 레임덕 위기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또 이번 선거가 윤 대통령의 집권 2년에 대한 ‘중간 성적표’ 성격을 지녔다며 “(선거 결과는) 20·30 유권자들과 중도 성향인 부동층 캐스팅보터 다수가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도 “5년 단임제의 첫 2년 임기가 끝나는 윤 대통령이 ‘레임덕’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DW) 역시 “여당이 다수당을 회복하지 못함에 따라 윤 대통령은 2027년까지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에선 국제 관계의 변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가디언은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윤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을 고려하면 그가 (국내 이슈 대신) 여전히 권한을 가진 외교 정책에 좀 더 많이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치 교수에 따르면 이마저도 야당이 예산안 통과를 반대하면 난항에 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