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일대에서 기후·노동 시민단체 등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기후위기와 관련한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했다.
기후·노동 시민단체 615여곳이 참여한 ‘907 기후정의행진’은 7일 오후 강남역을 시작으로 논현역·역삼역·선릉역 등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일대에서 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기조 아래 열린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기후재난과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함께 행진하자”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이익과 경제성장이 자연생명보다 우선인 세상이 자리 잡았지만 이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쏟아지는 폭우와 녹아내리는 폭염, 우리는 오늘도 재난을 마주한다”면서 “우리 일상을 책임지는 노동과 돌봄이 오히려 불평등한 기후 재난의 맨 앞에 서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편리함을 지탱하는 택배노동자가, 안전함을 책임지는 건설노동자가, 자원순환을 연결하는 소각시설 노동자가, 먹거리를 보살피는 농민, 3D업종 노동을 감당하는 이주노동자가 기후재난의 당사자이자 우리”라며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은 “국제노동기구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자 2만여명이 폭염에 목숨을 잃었다”며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발생하는 피해는 특정세대와 특정 지역, 특정산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 피해를 우리 모두가 담당하겠다고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데 대해 “기후위기의 장기적인 위험 속에서 국가의 기후 대응이 우리의 삶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났다”면서 “이 판결은 우리 사회의 최선이 아닌, 후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9일 2030년까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해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원칙, 법률유보원칙 등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이 결정은 청소년기후행동이 지난 2020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4년 만에 나왔다.
이들은 본집회를 마치고 삼성역까지 행진을 하며 땅에 누워 죽은 듯이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편 집회가 열린 이날은 푸른 하늘의 날로, 대기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19년 국제연합(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제안으로 제정된 최초의 국제연합 기념일이자 국가기념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