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한강(53)이 ‘깜짝’ 선정되자 시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상위원회는 10일 (현지 시각)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작가 최초의 문학상 수상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이래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다.
이날 오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출판사 ‘민음사’의 유튜브 라이브에는 시청자 수 천명이 몰렸다. 민음사 편집자들은 예상과 달리 ‘한강’이 호명되자 수십초 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제대로 들은 게 맞냐” “역사의 현장 아니냐”며 댓글을 남겼다.
이날 오후 9시께 서울 영풍문고 신림점에 방문했다는 박모(32)씨는 “직원들이 막 뛰어다니는데 한강 작가 수상 때문 아니겠냐”며 “전화예약을 받는 소리도 들린다. 내일쯤이면 한강 작가 매대가 따로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문모(30)씨는 “대학생 때 국문학과를 복수전공한 사람으로서 너무 벅차다. 근래 들은 소식 중 제일 기쁜 소식”이라며 “절약 챌린지를 하고 있지만 이북으로 책을 살 것”이라고 발혔다.
김모(30)씨는 “어제가 한글날이었는데 한국의 독서율이 너무 낮다, 문해력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보다가 갑자기 한국 작가가 문학상을 받았다니까 놀랍다”며 “한글날 다음 날이 ‘한강날’이 된 것 아니냐”고 했다.
한 누리꾼은 “나라의 큰 경사다. 어려운 시기에 큰 위안이 된다” “진짜인지 내 얼굴을 꼬집어봤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문학상이 나오다니” “올가을은 한강과 함께해야겠다” 등 반응을 보였다. 다른 누리꾼은 “소신있는 젊은이들이 자랑스럽다. 국뽕이 차오른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는 발 빠르게 한강 작가의 작품 매대를 따로 만들었다. 대형 서점 사이트인 알라딘과 교보문고는 저녁 한때 접속 속도가 느려질 만큼 방문자가 몰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작가의 대표작을 추천해 달라는 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내일 한강 책 사러 가려는데 뭐부터 읽어야 되냐. 평소 책이라곤 한 글자도 안 읽는데 궁금해서 사러 간다”고 남겼다.
출판계를 향해 ‘노벨상 에디션을 내 달라’는 요구도 분출했다. 네티즌은 “노벨상 에디션이 나오면 책을 사야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드디어 독서붐이 오는 것이냐”는 글도 잇따랐다.
한강 작가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출판한 출판사 창비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당장은 재고를 찍는대로 내보내야 할 것 같아서 표지를 바꾸거나 에디션을 새로 만들기는 힘들 것 같다”며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선정 이유로 “역사의 상처를 마주보고 인간 삶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을 꼽았다.
1970년 11월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