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김건희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한 대표는 인적 쇄신 대상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친한(친한동훈)계가 대통령실 내 김 여사의 측근 그룹을 뜻하는 ‘한남동 라인’을 저격하면서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는 이를 두고 ‘얄팍한 정치공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인적쇄신 요구는 김 여사 라인을 뜻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대표는 연일 김 여사를 겨냥한 발언 수위를 올리고 있다. 이날 역시 이전에 비해 구체적으로 김 여사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10·16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민심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한 대표 측의 입장이다. 나아가 재보선 이후에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염두에 두고 미리 포석을 깔아두는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인적 쇄신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는 얘기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 중에 김 여사 라인으로 인식되는 사람이 7명 정도 있다”며 “그 사람들에 대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대표가 이야기한 인적 쇄신 대상이 한남동 라인이라고 이해하면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신 부총장은 “과거 최서원씨의 경우에는 직책이 없이 비선에서 역할을 해서 문제가 된 경우 아닌가. 이번에는 다 본인들 직책이 있지 않나”라며 “그 직책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저희들이 지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분들의 ‘잡 디스크립션’, 그러니까 이분들이 정확히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든지 ‘여사 라인은 없다’ 이렇게 정리를 해 주든지 아니면 그분들에 대해 인사 조치를 하든지 용산에서 정리를 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친윤계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원조 친윤’으로 불리는 중진 권성동 의원은 한 대표와 친한계를 싸잡아 작심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표의 (인적쇄신) 발언 직후 소위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의 ‘한남동 7인회’와 같은 발언이 익명을 타고 언론을 장식했다”며 “한 대표와 측근들이 한마디씩 툭툭 내뱉으면 언론은 이를 빌미로 기사화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인가. 아니면 평론인가.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총선백서조차 못 내놓고 있으면서 이처럼 평론 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 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인가”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제까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 왔다. 김영삼 정부, 노무현 정부 모두 당정 갈등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대표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며 “부디 과거를 거울로 삼아,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