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를 폭파한 가운데 외신들도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AP는 “북한이 분노의 상징적 표시로 한때 남한과 연결됐던 미사용 도로 북쪽 구간을 폭파했다”고 전했다.
AP는 2000년대 이전 남북한 데탕트 시대에 중무장한 국경을 가로질러 도로 두 개와 철로 두 개를 연결했다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기타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으면서 도로 운행이 중단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북한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국 내 시설 파괴를 연출한 전례는 있었다”며, 2020년 민간인 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으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사건 등을 소개했다.
AP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교착 상태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줄이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모색하는 걸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며 “김 위원장이 남한의 문화적 영향력을 줄이고 자국 내 통치를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과 한국이 우세한 군사력으로 대규모 보복에 나서면 북한의 생존을 위협할 게 거의 확실한 만큼, 김 위원장이 대규모 선제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작다고 관측통을 빌어 전망했다.
“데탕트 상징이 폭파됐다”…외신도 남북 연결도로 폭파 긴급 타전
AFP도 “북한이 남한과 연결되는 매우 상징적인 도로 일부를 폭파했다”며, 한국군이 이에 대응해 반격 작전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인용해 “북한이 자주 언급해 온 적대적 이중 국가 체제와 관련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라며, 김 위원장이 남한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CNN도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도로가 분단된 상태로 수년 동안 사용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거의 없지만, 남북한 지도자 간 언쟁이 특히 격렬한 시기에 이 도로의 상징성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남북한이 언젠가 통일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오랫동안 추구해 왔지만,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더 이상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점도 언급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도 남북 연결도로 폭파와 김 위원장이 전날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한 사실을 관심 있게 타전했다.
일본 공영 NHK는 합동참모본부 발표를 인용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한국군이 미군과 협력하며 향후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NHK는 합참이 발표한 폭파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도 함께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폭파 사실 등을 보도하고 “북한은 한국과의 통일 정책을 포기하고 한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며 “이 방침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단행하기 위해 도로 폭파를 단행했다”고 짚었다.
이 외에도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 등이 관련 소식들을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합참은 이날 오후 12시께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폭파 이후 우리 군은 MDL 이남 지역에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북한은 경의선 및 동해선 철로 철거 작업도 계속 진행 중으로, 군 당국은 작업이 끝나면 이 역시도 폭파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