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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대왕고래 1차 탐사 시추에서 가스 징후가 일부 포착됐지만 경세성 확보는 어려운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나머지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시추는 자원개발 생태계에서 중요한 사업임을 강조하며 1차 탐사에서 얻은 데이터를 오징어, 명태 등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2차 탐사 시추부터는 해외 투자를 받아 탐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인데 1차 시추 실패로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 투자자에게 과도한 투자를 받으면 유전을 발견해도 실익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사업 진행에 발목을 잡는 요소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할 수 있고 자칫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동해 가스전 개발사업은 무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1차 탐사시추 사실상 실패…”대왕고래 추가 탐사는 없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왕고래 1차 시추 관련 백브리핑’을 갖고 “1차 시추를 통해 양질의 저류층, 두꺼운 덮개함, 셰일층을 확인했지만 탄화수소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였다”고 밝혔다.
‘대왕고래에 대한 추가적인 탐사시추가 이뤄질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해선 “대왕고래가 하나의 연결된 구조라고 봤을 때 이번 시추를 통해 전체 구조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추가적인 탐사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1차 탐사시추 결과를 정밀 분석한 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며 이르면 다음달 자본력과 기술, 경험 등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 절차를 개시할 계획임을 전했다.
그러면서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는 지 여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것이 사업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2차 탐사엔 글로벌 기업투자 유치…”정확도 높여나갈 것”
자원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1번의 탐사를 통해 성공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정부는 이번 시추가 실패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탐사를 지속하면서 정확도와 발견 가능성을 높여나가야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남미의 가이아나는 지난 2019년 말 자국 해역에서 11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 유전을 발견하는데까지 14번의 탐사를 진행한 바 있고 노르웨이는 33번째 탐사 시추에서 에코피스크 유전이 발견하기도 했다.
타국의 사례를 볼 때 대왕고래 1차 시추는 지층내 전반적인 석유 시스템 구조가 양호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향후 정밀분석 결과를 통해 탐사 자료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활용하는 중요한 자료라는 것이다.
일단 정부는 2차 시추에 앞서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1차 시추를 석유공사가 부담했다면 2차 시추는 해외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진행하고 협의를 통해 대왕고래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유망구조 탐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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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역점사업·정권 교체 가능성 등은 사업 동력 약화 요인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을 주도했다는 것은 향후 사업을 이어나가는 데 약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사태 이후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헌법 재판소의 결론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도 열려 있어서다.
정권이 바뀔 경우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자료 부실, 유망성 등에 대해서 줄곧 의혹을 제기하며 프로젝트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에 해당하는 가치’라고 홍보하며 사업의 당위성과 경제적 효과에 대해 설명해왔는데 1차 시추 실패에 따른 국민적 실망감과 비판이 거세질 수 있어 향후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고려한 듯 산업부는 1차 시추 결과를 전하며 “1차 시추를 앞두고 삼성전자 시총을 비유로 사용한 것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허락해준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자원개발 생태계 유지를 위해 향후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이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차 시추와 관련해 위험을 줄이는 것이 우선인지 이득이 우선인지는 전문가의 의견이 다르다”며 “투자 유치 조건과 예산 필요성, 전문가 의견 교환, 국민 여론을 종합해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