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등 여야 원로들은 4일 한목소리로 현행 대통령제를 개편하는 개헌을 추진하자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정치개혁대담회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에서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다. 대담회에는 김진표·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김부겸·김황식·이낙연·정운찬·정세균 전 국무총리,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대담회에서는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과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대표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낙연 전 총리는 “이번에 개헌을 안 하면 더 큰 불행이 우리를 삼킬 수 있다”며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양면성이 오늘의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의 어떤 분만 개헌에 소극적이고 나머지는 하자고 한다”며 “그 어떤 분의 ‘n(엔)분의 1’은 아니지 않나. 그분을 위해서 개헌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당사자가 제왕적 권력을 받는 것이 행복한 결말을 가져다 줄까”라며 “오히려 사회적인 텐션(긴장)을 약화시키고 권한을 내려놓더라도 긴장이 덜한 상태에서 집권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철 헌정회장도 “(개헌은) 원포인트로 여야 합의 하에 한다면 간단히 끝낼 수 있다”며 “딱 한 사람만 설득하면 된다. 이재명 대표”라고 말했다.
정 헌정회장은 “토론 할 필요없이 이 대표만 (동의)하면 좋겠는데 전화로도 20분씩 이야기를 했지만 (설득이) 안 된다. (이 대표가) 연구해보겠다고 한다”라며 “한 사람만 설득하면 된다. 여러분들이 나와서 그런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개헌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사람은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다. 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개헌에 동참하지 않으면 개헌이 이뤄질 수 없다”며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대선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대국민 약속으로 개헌을 말하도록 무한한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을 세 번 거치는 과정에서 보면 현재 우리나라 권력 구조 시스템을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어떻게 판결날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하나의 (개헌)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박병석 전 의장은 “개헌이 가능할지 많은 회의가 있지만 저는 가능하다고 본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권력의 공백’과 ‘국민적 공감대’라는 두 가지 요건이 갖춰졌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3+4’로 (대통령) 첫 번째 임기는 3년으로 해서 개헌을 완성하되 중임의 길을 터주자”며 “그렇게 해야 가장 유력한 후보도, 국회의 압도적인 의석을 가지고 있는 당도 (개헌에) 찬성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 전 의장은 “첫 대통령은 임기를 3년만 하되 3년 후 국회의원 선거를 같이 해서 재임의 길을 터준다면 그것은 중간평가의 성격도 될 것”이라며 “그 경우 합의 개헌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김진표 전 의장은 현 국내 정치 상황서 의원내각제 도입은 어렵다고 보고,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고칠 첫 번째 (방법은) 책임총리제인데 국회의원이 (총리를) 뽑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좋은 인사를 뽑는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총리에게 권한을 줘야 하는데 국회에서 뽑으면서 헌법조문을 다듬고, 실질적인 임명제청권과 실질적인 해임건의권이 되도록 하려면 총리가 국정 전체를 통할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그러면서 “감사원을 개편해서 회계 감사권은 국회로 보내고, 정책감사는 총리실에 두는 절차를 둬서 총리가 내각을 실질적으로 통할해서 일을 잘 못하거나 정부 전체 방향과 어긋나게 가는 각료에 대해선 대통령에 해임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실질적 견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분권형 대통령제냐 내각책임제냐는 토론해봐야 하지만 공동체가 여기에서 나아가려면 개헌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달리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